[시국미사 파문]朴대통령 “분열 야기 행동 용납 안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운영·상임위원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포격 도발 두둔 발언과 관련해 ‘굴복’ ‘용인’ ‘묵과’ ‘용납’과 같은 강경한 단어로 비판하면서 참모들의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것은 25일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치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 ‘안보 위협’ 발언으로 판단
청와대 관계자는 “박 신부의 발언대로라면 우리 젊은 장병들은 왜 목숨을 바쳐 국가를 지키는가에 대한 답을 할 수 없다”며 “정치적으로 앞뒤를 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영토를 지키는 일에 양보는 없다는 것이다. 박 신부의 대통령 사퇴 언급과 관련해서는 국민 대부분이 동의하지 않는 만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천주교와의 갈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독교계와 불교계 지도자들과는 만났으나 천주교계 지도자들과는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천주교 주요 지도자들과 물밑에서 계속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천주교 지도자들과 일정을 못 맞춰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을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지만 추가 조치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대신 ‘사회 구성원 간 신뢰’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정부도 호흡을 맞췄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오전 간부회의에 이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다. 전 국민의 이름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전 세계가 용납을 하지 않는 북한의 반인륜적인 행동을 정당한 것처럼 얘기하는 건 비이성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로부터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 대한 중간보고를 받고 “뿌리 뽑겠다”는 말을 5번이나 반복했다. 또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과잉이 되어서 포퓰리즘 내지는 이념적으로까지 가서 기업들을 옭죄는 것은 정말로 해악이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파상 공세를 폈다.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신부의 미사강론은 대한민국 국토 수호 의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유가족과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해 대통령 하야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와 신야권연대를 결성한 만큼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참석자 11명 중 8명이 모두발언에서 박 신부의 발언을 성토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 차원의 규탄 결의안 추진에 나섰다.
민주당은 파장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라며 “민주정부 10년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한 치도 빈틈없이 사수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사수해 나갈 것이다. 국가 안보에 관한 한 민주당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사안의 본질은 대선에서 국가기관의 불법과 진실 은폐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종교인에게까지 종북을 덧씌우고 민주당과 연결하려는 것은 정략적 태도로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정의구현사제단은 노무현 정권 때도 (2004년 6월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을 때) 정권 퇴진을 요구했던 분들”이라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사제들과 싸우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