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권현철(왼쪽), 최승혁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왼쪽에서 두번째)가 난치성 고혈압 환자에게 신장신경 차단술을 시술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반영구 인공심장 이식 성공
삼성서울병원이 심장 치료의 새로운 막을 열고 있다. 심장 분야에서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치료법을 선보이며 첨단의학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심장 이식수술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0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이후 현재까지 1만3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도 연간 1000건 이상씩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심장 기증자는 적은 반면 필요로 하는 환자가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심장이식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수술 자체는 물론 수술 뒤 환자 관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손쉬운 분야가 없는 인공심장 이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제 삼성서울병원의 성공으로 국내에서도 인공심장의 실용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수팀은 “인공심장은 의학과 공학 등 여러 학문이 정교하게 융합해야 가능한 최첨단 의료의 결정체”라며 “국내에서 인공심장 이식수술이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심장 이식을 받기까지 오래 기다리다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에게 또 다른 선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신장신경 차단술 최초 시술
권현철·최승혁 삼성서울병원 교수팀이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난치성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신장신경 차단술을 시행하면서 치료 환경이 변했다. 지금까지 46명의 난치성 고혈압환자가 이 치료법으로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신장신경 차단술은 말 그대로 신장(콩팥)과 뇌를 잇는 ‘신장 신경’을 전기적 충격을 통해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뜻한다. 이 부위에서 나온 호르몬인 레닌(Renin)이 혈압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원리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지만 시술을 하기는 어렵다. 정교한 손놀림이 필요해서다.
신장신경 차단술은 고주파 발생장치 전극이 연결된 카데터를 환자의 사타구니를 통해 삽입해 대동맥을 따라 두 개의 신장 동맥에까지 접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에너지를 혈관 벽을 통해 전달해 신장 동맥 바깥쪽의 교감신경에 여러 개의 미세한 절제 부위를 만들어 신경을 차단하면 마무리된다.
교수팀은 “과도하게 활성화된 신장의 중추 교감신경계가 원발성 고혈압, 심부전 등 심각한 만성질환의 원인”이라며 “신장신경 차단술이 고혈압뿐만 아니라 여러 만성질환 치료와 증상 완화의 새로운 대안 치료법으로 확대돼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서울병원은 부정맥 치료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온영근·정동섭 교수팀이 지난해 흉강경하 부정맥 수술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법을 선보였다. 기술 자체가 워낙 까다로운 탓에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유일하게 시행 중이다.
하이브리드 치료법의 핵심은 흉강경 부정맥 수술법이다. 심장을 멈춘 뒤 수술해야 하는 일반적인 개흉수술과 달리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에서 진행한다. 흉강경을 통해 심장 외부에서부터 접근해 부정맥을 일으키는 부위를 고주파 절제하는 방법이다.
심장 바깥쪽에서 부정맥 수술을 하고 나면 4일 뒤 심장내과에서 심장 안쪽에서 전기 생리학적 검사를 시행하고 필요하면 전극도자절제술을 추가 시행한다. 수술은 2∼3시간 정도면 마칠 수 있고 회복 기간도 짧아 4일이면 충분하다.
치료 결과는 고무적이다. 지난해 첫 시술 이후 치료받은 환자 63명 가운데 59명(94%)이 정상 박동으로 돌아왔다. 현재 부정맥 치료에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전극도자 절제술의 성공률이 55∼70%임을 감안하면 획기적이다. 특히 이들 환자 가운데 13명은 앞서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고 재발한 환자들이고 이 중 4명은 두 차례 이상 같은 시술을 받고도 재발해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던 환자였지만 하이브리드 치료법으로 새 삶을 되찾았다.
교수팀은 “도입 초기이긴 하지만 기존 치료법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뿐더러 만성 심방세동과 같은 일부 환자에게서는 더 나은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며 “앞으로 부정맥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