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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학을 달린다]세라믹 인공관절, 통증 적게 재활 빠르게

입력 | 2013-11-27 03:00:00

바른본병원




안형권 바른본병원 원장(오른쪽)이 환자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바른본병원 제공

서울 종로구에 사는 박모 씨(58)는 지난해 겨울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앞이 아찔하다고 말한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출근길에 오른 박 씨. 속으로 ‘조심 또 조심’하며 길을 걸었지만 잔뜩 얼어버린 빙판을 디디는 바람에 앞으로 휘청하며 넘어지고 말았다. 여기까진 눈 오는 날이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

그런데 큰일은 따로 있었다. 지나던 행인의 도움으로 근처 병원으로 옮겨진 박 씨. 단순한 외상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사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 이름도 생소한 이 질환으로 박 씨는 당장 긴급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박 씨가 걸린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은 넓적다리뼈의 위쪽 끝부분으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어 뼈 조직이 괴사하는 병이다.

이때 괴사한 뼈에 압력이 계속 가해지면서 괴사 부위가 골절되고 이 부위가 무너져 내리면서 넓적다리뼈와 골반을 잇는 고관절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 프로야구 선수였던 김재현 씨(현 SBS ESPN 해설가), 배우 박시연 씨 등 유명인사들이 이 병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관절 질환으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 대부분이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안형권 바른본병원 원장은 “고관절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70% 정도가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 환자다. 이들 대부분이 허리통증으로 오해하고 치료시기를 놓쳐서 병을 키우는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평소 △사타구니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걸어갈 때 느껴지는 통증으로 절뚝거리는 이들이라면 고관절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경험이 있거나 지나치게 많은 음주를 한다면 고관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고관절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해와 달리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은 뼈가 썩어 들어가는 병이 아니다. 대퇴골두 부위의 뼈가 괴사할 뿐 다른 부위로 퍼져나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인공재료로 고관절을 대체하는 인공 고관절 수술도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특히 비금속재료(세라믹) 인공 관절이 눈길을 끈다. 세라믹형 인공 관절은 관절의 운동 범위가 크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인공관절 부문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인공관절 저널’에 따르면 미국 마요 클리닉에서 20세 미만의 어린 환자에게도 세라믹 인공관절을 이용해 치료한 결과 좋은 성과를 얻었다는 보고가 있다.

안 원장은 “기존의 ‘후방접근법’ 수술방법에 비해 근육 손상이 적어 통증이 적고 재활이 빠른 ‘전방접근법’ 인공 고관절 수술이 개발돼 실시 중이다. 조금이라도 이상을 느꼈을 때는 지체 말고 의사로부터 정밀한 검사와 진찰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