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가천대 길병원 뇌종양치료팀이 첨단 방사선 암치료기인 ‘노발리스 티엑스’를 사용해 뇌종양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시설과 설비 등에 1000억 원이 투자됐고 세계 유수의 석학들을 초빙해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뇌연구의 꽃을 피웠다. 뇌과학연구소는 최근 뇌융합과학원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시키고 뇌병원 건립 등 연구 성과를 임상과 융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뇌연구 분야 사우디에 수출
이명철 뇌융합과학원장은 “국내에서 확보한 뇌과학 연구 분야의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사우디로 이전해 상호 발전적이고 국제적 위상을 유지하며 더욱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합의서에 따르면 두 기관은 사우디 킹파드 병원 안에 국립뇌과학연구원을 설립하고 뇌영상 연구를 위한 장비를 구축한다. 7T 자기공명영상(MRI)과 PET-컴퓨터단층(CT)촬영 결합 뇌영상 퓨전시스템, 3T 동시영상용 PET-MRI, 방사성 의약품 생산을 위한 사이클로트론 등이 설치된다.
또 11.7T MRI, 일체형 SiPM PET 등 차세대 뇌영상 장비를 한국에 설치한 뒤 두 기관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궁극적으로 뇌질환 기전에 대한 기초, 임상, 중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뇌영상센터 수출은 한국 첨단 산업이 중동에 진출하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원과 자본이 풍부하지만 인적 자원이 부족한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의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추가로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뇌과학 분야 중에서도 길병원이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는 부분은 뇌영상 분야다. 뇌 속을 손금 보듯이 들여다볼 수 있는 7.0T MRI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연구 성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의 뇌를 활용한 뇌신경지도를 세계 최초로 제작했다. 앞서 2009년에는 7.0T MRI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고해상도 뇌지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존 뇌지도가 뇌 부위 등을 구조적으로 영상화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번 지도는 구조와 동시에 뇌신경다발을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
지금은 7.0T MRI가 연구용으로 활용되지만 임상 활용도가 높은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영배 신경과 교수팀은 혈관이 막혔는데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뇌경색 환자의 뇌를 7.0T로 촬영한 결과 막힌 혈관 주변으로 미세한 신생 혈관이 발달한 것을 관찰했다. 이 결과는 증상이 없는 뇌중풍(뇌졸중) 환자의 상태를 예측하고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뇌융합과학원이 연구를 선도한다면 방사선 암치료기 ‘노발리스 티엑스(Novalis Tx)’는 뇌종양 등 뇌 치료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길병원이 2009년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노발리스 티엑스는 2.5mm의 높은 정밀도를 자랑한다.
노발리스 티엑스의 특수치료인 ‘래피드아크(Rapid Arc)’는 뇌 척추 폐 췌장암 등에 적용할 수 있으며 특히 5∼10개 정도의 다발성 뇌전이 치료 때 유용하다. 또 정위방사선수술(SRS) 방법을 이용하면 뇌에 1cm 미만의 종양은 한 번에도 완치가 가능하며 1∼3cm 크기는 3∼4차례에 걸쳐 치료할 수 있다.
특화된 검진 프로그램
뇌영상 연구를 실제 환자 치료로 잇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뇌과학연구소가 2004년 설립된 이후 길병원은 국내 최초로 뇌건강센터를 열어 연구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검진 프로그램 상품을 내놨다. 치매 뇌중풍 뇌암 파킨슨병 등 뇌와 관련한 질환을 진단한다.
뇌융합과학원 지하 1층에 있는 가천뇌건강센터의 검진 및 치료 프로그램은 질환별 특성에 맞춰져 있다. 치매에 대비한 ‘치매정밀 검진’에서부터, ‘파킨슨병 정밀검진’, ‘청·장년층 중풍 검진’, ‘뇌암 검진’ 등 각 질환에 따라 필요한 검진을 진행한다.
또 질환의 조기예방을 위한 ‘뇌정밀 검진’과 개인별 선택에 따라 프로그램을 설계해 진행하는 ‘개인별 맞춤검진’도 선택할 수 있다. 의료진은 불면증, 학습능력, 재능평가를 위한 각종 기기와 검사 그리고 치매 중풍 파킨슨병 뇌암 등의 치료를 위한 특수 자가진단표를 개발하고 국내외 뇌 관련 기초연구 자료 및 임상 영양 심리 운동 등의 방대한 자료들도 보유하고 있다.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과 등 각 분야 최고의 의료진도 포진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