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예상치 못한 소식이었다. 갑자기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된 윤석민은 정든 팀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며 새 팀이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스포츠동아DB
■ 아닌 밤중에 트레이드된 윤석민
난생 첫 트레이드라 아직은 서운한 감정
넥센엔 이성열 금민철 등 아는 선수 많아
야구장 조금 멀어진 것 외엔 변한 것 없다
이제 넥센 선수가 된 윤석민(28)은 “잠을 자다가 전화로 얼떨결에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2004년 입단해 바로 하루 전까지 몸담았던 두산과 순식간에 이별하게 됐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10년간 한 팀에서 뛰었는데, 트레이드라는 걸 처음 겪어봐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직은 서운한 마음이 크다”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윤석민은 인창고 시절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며 초고교급 거포형 내야수로 이름을 날렸다. 두산이 윤석민에게 김동주의 뒤를 잇는 차세대 4번타자를 기대했던 이유다. 윤석민도 입단 후 잠재력을 충분히 인정받았고,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1년부터 조금씩 기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두산 타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홈런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한창 팀에 활력을 불어넣던 올 시즌 중반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이후 재활에 전념하느라 그라운드에서 뛸 기회가 없었다.
윤석민은 “솔직히 여러 모로 아쉬운 한 해였다. 부상으로 수술도 받고 재활도 하느라 힘든 시간이 많았고, 두산에서 내게 기대가 컸는데 제대로 한 게 없어서 미안한 마음도 있다”며 “그래도 이제는 재활이 거의 끝나서 통증이 없다. 넥센에서 많이 환영해주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28일 낮 12시 목동구장을 찾아 이장석 대표와 구단 관계자들, 주축 선수들과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넥센 선수로서의 첫걸음이다. 다행히 넥센에는 이성열, 허도환, 금민철 등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던 선수들이 많다. 그는 “처음에는 어색한 부분이 많겠지만 금세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지방팀이 아닌 서울팀이라 야구장이 집에서 조금 멀어진 것 외에는 큰 변화도 없을 것”이라며 “넥센이 올해 야구를 잘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해 넥센이 4강을 넘어 우승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