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중심 경쟁적으로 조성… 작년 3951개, 2년새 600개 늘어
성산글마루 작은도서관 백현진 관장(오른쪽 위에서 두 번째)과 독서모임 ‘책과 노니는 사람들’ 회원들이 자신이 재밌게 읽는 책을 들고 섰다. 독서모임 참가자는 자녀와 소통을 잘하려고 청소년 책부터 읽기 시작해 다양한 분야로 독서 범위를 넓히며 삶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초등학생 남매를 둔 주부 최경미 씨는 독서모임을 하면서 웃음을 찾았다. 최 씨는 “아이를 키우며 인생을 희생해 왔는데, 여기서 내 인생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손에 잡고 나서 삶의 지혜도 배우고, 이제는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한다”고 말했다. 중학생 쌍둥이를 둔 성은숙 씨(43)도 “사춘기 자녀와 소통이 안 돼 늘 고민이었다. 청소년 책을 읽다 보니 자녀의 고민이 나도 겪었던 문제였음을 알았고 아이들과 대화도 잘 통하게 됐다”며 웃었다.
성산글마루는 2011년 12월 문을 열었다. 아파트 주민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주민의 요구를 들은 마포구는 시설비와 운영비, 도서구입비를 지원했다. 도서관 단체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초기 건립을 도왔고, 위탁 운영은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맡았다. 장서 1만1000여 권을 갖춘 도서관에는 하루 평균 100∼150명이 찾는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글마루 작은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하루 평균 100∼150명이 찾는 이곳은 188㎡(약 57평) 규모에 1만1000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법적으로 규정된 작은도서관은 건물 면적 33m², 열람석 6석, 보유장서 1000권 이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작은도서관은 2010년 3349개에서 2012년 3951개로 2년 새 600여 개 늘었다. 전국의 서점 수 1752개(2011년 현재)의 2배가 넘는다. 지난해 8월 작은도서관을 지원하는 ‘작은도서관 진흥법’이 시행되고, 올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작은도서관을 모범 복지 사례로 언급함에 따라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작은도서관을 세운 뒤에는 관리 소홀로 방치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마을작은도서관협의회 공동대표인 김소희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관장은 “작은도서관은 규모가 작다고 작은도서관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주민이 함께하고 같이 성장하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지자체가 작은도서관 수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지역에 어떤 도서관이 필요한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에 어떤 작은도서관이 있는지 궁금하면 작은도서관 포털사이트(www.smalllibrary.org)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