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가수 로드는 음반사에 의해 길들여졌을까. 영화 속 뱀파이어 소녀 같다. 냉소적인 가사와 허스키한 목소리만으로 그가 여고생임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그는 페미니스트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뉴질랜드 여성 가수 로드(17·본명 엘라 마리아 라니 옐리치 오코너). 그는 1988년 티파니 이후 최연소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뉴질랜드 솔로 가수가 이 차트 정상에 오른 것도 로드가 처음이다.
로드는 티파니처럼 춤을 잘 추지도 못하고 눈에 띄는 미인도 아니다. 빌보드를 점령한 자작곡 ‘로열스’에서 로드는 “유행하는 팝송 가사는 우리들의 진짜 삶을 결코 반영하지 못한다. 우린 왕족이 아니거든”이라고 냉소적으로 노래한다.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허스키한 목소리를 감싸는 것은 전자음향과 반복적인 비트이지만 그와 프로듀서 조얼 리틀이 함께 만든 악곡은 춤추기에 너무 미니멀하고 암울하다.
밥 딜런 닮은 영국 가수 제이크 버그(위)와 롤링 스톤스 같은 아일랜드 밴드 ‘더 스트라이프스’(아래).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버그는 최근 영국의 4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원 디렉션’과 입씨름도 세게 했다. 잡지 인터뷰에서 원 디렉션을 두고 “끔찍하다”고 했고, 원 디렉션의 멤버 루이스 톰린슨은 트위터로 “보이 밴드를 깎아내린다고 해서 네가 더 인디처럼 보일 것 같으냐”고 맞받아쳤다. 버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원 디렉션은) 괜찮은 친구들이다. 그들의 음악이 싫을 뿐이다”라고 비아냥댔다. 원 디렉션 멤버들의 나이는 19∼21세다.
16∼18세 소년들로 구성된 아일랜드 밴드 ‘더 스트라이프스’는 ‘모드 수트(비틀스 시절 유행한 정장)를 입은 원 디렉션’이라 불리며 올 9월에 낸 데뷔 앨범으로 UK 차트 5위를 차지했다. 엘턴 존부터 오아시스의 전 멤버까지 대선배들이 줄줄이 입소문을 확인하려 이들의 공연장을 찾았다. 이들의 창법과 악기 연주는 롤링 스톤스, 야드버즈, 척 베리 같은 반세기 앞선 선배들의 블루스와 로큰롤을 빼닮았다. 최근 2집 ‘파이어 위딘’을 내 호평을 받은 영국 여성 솔로 가수 버디(17)도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음악으로 자기 길을 스스로 닦았다.
배순탁 대중음악평론가는 “미국과 영국 시장은 여전히 재능 있는 10대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하는 시스템을 잘 운용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10대가 저런 음악을 잘한다!’는 예외성과 희소성에다 비틀스, 롤링 스톤스, 밥 딜런을 그리는 향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