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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허두영]서울의 중심에서 별을 외치다

입력 | 2013-11-27 03:00:00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별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나는지 보세요.”

“그렇소. 지금 이 순간 저 별들이 어떻게 빛을 내는지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혼자뿐이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은 1912년 별이 빛나는 것은 수소 핵융합 반응 때문이라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얼마 뒤 여자친구와 함께 벤치에서 별을 보던 그는 연인의 낭만적인 감탄사에 지극히 과학적인 내용으로 대꾸했다. 연인에게는 연정으로 빛나는 별이 아름다웠지만, 그에게는 핵융합으로 불타는 별이 사랑스러웠다. 결국 에딩턴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별을 보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다. 점성술사는 운명을 점치기 위해, 성직자는 신의 계시를 찾아서, 항해사는 어두운 항로를 파악하려고, 천문학자는 우주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별을 본다. 별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기도 하고, 광활한 우주 앞에 자신의 실존을 깨닫기도 하고, 미확인비행물체(UFO)를 찾거나 외계 생명체가 보내는 신호를 잡으려 텅 빈 하늘을 뒤지기도 한다.

알퐁스 도데는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나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것’을 보았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밤하늘을 바라보면 ‘웃음을 나눌 수 있는 혼자만의 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오스카 와일드는 ‘시궁창에 빠져도 우리 중의 누군가는 별을 올려다보고 있다’고 믿었고, 윤동주 시인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내 이름자를 써 보고/흙으로 덮어’ 버렸다. 그렇다. 별은 성찰의 도구이기도 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도시가 커지면서 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별은 숭배의 대상이나 사랑의 증표가 아니라 가스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별이 빛나는 것은 신의 은총이 아니라 핵융합 때문이고, 별이 반짝이는 것은 사랑의 환희가 아니라 대기의 밀도 변화 때문이다. 먼지와 광해(光害)로 탁한 넓은 도시의 좁은 밤하늘은 별의 존재 자체를 잊게 만든다. 그래서 이젠 아무도 별을 찾으려 들지 않는다.

서울 지도를 펼치면 북한산 자락이 남쪽으로 내려와 동서로 흐르는 한강을 만나는 교차점에 용산이 있다. 지형으로 보면 용산이 서울의 중심이다. 동아사이언스는 용산에 천체관측관, 천체투영관, 천문공원으로 구성된 과학동아 천문대를 25일 개관했다. 개관을 축하하는 우주 쇼일까? 과학동아가 창간되던 1986년 핼리 혜성이 76년 만에 지구를 찾았고, 과학동아 천문대가 개관한 지금 아이손 혜성이 지구를 방문했다.

별은 멀리 있지 않다. 별을 보고 싶은 마음이 멀리 있을 뿐이다. 맨눈에 보이는 별은 시골이냐 도시냐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반사망원경이나 굴절망원경으로 보면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들 망원경으로 달과 별과 행성을 관측할 때 느끼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은 바로 감탄사로 이어진다. 별을 보고 탄성을 지르는 경험은 시골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일반 망원경이나 쌍안경으로 도심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별은 보이지 않아서 찾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찾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별을 보는 가장 실용적인 목적은 시간과 공간을 측정하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인공위성을 통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현재 시공간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별이 인공위성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러나 내면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자아성찰은 인공위성이 결코 대체할 수 없다. 그렇다. 인공위성만 필요할 뿐, 별을 볼 일이 없는 사람이 바로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다.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huhh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