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16세 쇼트트랙 여왕’여섯살때 처음 신은 스케이트화… “오빠 따라다니다 배우게 됐어요”부족한 점 있으면 혼자 따로 훈련… “자유이용권 사서 스트레스 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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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의 기억도 같다. 그는 “다섯 살 위 오빠가 강릉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탔는데 그곳에 매점이 있었어요. 매점에서 군것질하고 게임을 하는 재미에 곧잘 오빠를 따라다니다가 조재범 코치님의 권유로 스케이트화를 신게 됐어요”라고 했다.
그 여섯 살 꼬마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선수가 됐다. 내년 2월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심석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 “난 여전히 부족한 선수”
쇼트트랙은 태릉선수촌에서도 가장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오전 5시 무렵이면 빙상장에 나가 몸을 푼다. 늦어도 오전 4시 45분이면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대부분이 잠들어 있을 무렵 2시간가량 스케이트를 타고 난 뒤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휴식을 한 뒤 다시 스케이트 훈련과 지상 훈련을 한다. 하루 6시간 이상의 강훈련이다.
심석희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이 같은 훈련을 소화한다. 심석희의 특별한 점은 연습 중 부족한 점이 있을 때 혼자 남아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스케줄이 없는 저녁 시간에도 곧잘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최 코치는 “석희는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는 스타일이다. 부족한 게 있으면 될 때까지 훈련을 한다. 그런 성실함이 있었기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나가는 대회마다 금메달을 따니 만족할 만도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여전히 많이 부족한 선수”라고 평가한다. “레이스의 흐름도 더 잘 읽어야 하고요, 단거리도 보완해야 하고요, 순발력도 더 키워야 해요.”
여섯 살에 처음 쇼트트랙을 시작한 후 그의 목표는 항상 똑같았다. 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는 “목표를 이루려면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치 올림픽에서는 개수를 떠나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라고 했다.
“금메달을 따고 나면 무얼 하고 싶냐”고 묻자 심석희는 대답 대신 웃음을 터뜨렸다. “비웃으시면 안 돼요”라고 다짐을 받더니 “에버랜드에 가고 싶다”고 했다.
왜 하필 에버랜드일까. 그는 “다른 놀이공원에 비해 무서운 게 많잖아요. 롤러코스터 같은 걸 타고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리고 싶어요. 쇼트트랙의 짜릿함과 비슷한 게 많거든요. 올해 1년간은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한 번도 못 갔지만 내년 시즌이 끝나면 꼭 가고 싶어요. 그날은 무조건 자유이용권이에요”라고 했다. 빙판 위에서는 진지한 심석희지만 올림픽 이후를 말하는 그는 영락없이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