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를 위한 심리참여극‘엄마, 오늘 회사…’ 관람해보니
24일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맞벌이 부부의 갈등을 다룬 참여 연극 ‘엄마, 오늘 회사 안 가면 안돼?’의 공연 모습. 관객들이 연극에 직접 참여해 직장과 가정의 양립에서 오는 어려움을 털어놓고 대안을 함께 고민했다. 더베프 제공
연극은 아이 둘을 둔 평범한 맞벌이 부부 가정의 정신없는 출근전쟁으로 시작했다. 주인공 성미 엄마는 아침식사 준비와 업무 검토로 바쁜데도 술이 덜 깨 일어나지 않는 남편을 깨우고, 감기에 걸린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까지 온통 정신이 없다. 성미는 엄마가 묶어주는 머리 모양과 입혀주는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린다. 당장 출발해도 빠듯한 시간에 먼 곳으로 회사 미팅 장소가 바뀌었다는 연락이 온다. 지칠 대로 지친 맞벌이 부부의 하루는 퇴근 뒤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만다.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돌봐라” “어떻게 들어간 직장인데, 맞벌이 하면서 아이도 잘 키울 수 있다”는 고성이 오간 후에야 연극은 막을 내렸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컨벤션홀. 일하는 엄마를 위한 심리참여연극 ‘엄마, 오늘 회사 안 가면 안돼?’의 객석에는 휴일을 맞아 아이와 남편 손을 잡고 온 부부 등 70여 명이 모여들었다. 사회적 기업인 ‘문화예술교육 더베프’가 주관한 이 공연은 ‘직장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맞벌이 부부의 영원한 숙제를 관객들이 직접 연극에 참여하면서 함께 풀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한 주부 관객은 무대 위에서 또다른 ‘성미 엄마’ 역할로 즉석 공연을 펼쳤다. 관객들이 내놓은 위기 해법에 따라 대본을 현장에서 수정한 뒤 성미 엄마가 남편에게 집안일을 맡기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주부 유정민 씨(38)는 “요즘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과 아닌 아이들로 나뉜다고 하던데 아이 친구들도 서로 모두 내 자식처럼 함께 돌보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 정부에 전달하고 싶은 맞벌이 부부의 애환과 지원책을 적었다. “아빠로서 엄마의 힘든 일, 딸의 고민을 끌어안고 사랑해야겠습니다. 남자에게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필요합니다.” “탁아시설이 회사에 있어야 합니다. 구립어린이집도 확충돼야 해요. 방과후 아이들이 외롭거나 할 일이 없을 때 갈 수 있는 믿을 만한 무료 쉼터나 도서실이 학교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주부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법적으로 보장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주최 측은 객석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모아 중구청 여성가족과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