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손떼라” 압박… 협상중단 인접국 전철 밟을까 우려
이들 6개국은 2009년 12월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차 ‘EU 동부 파트너십’ 회의에서 EU와 자유무역, 비자 면제와 경제 협력 협정을 맺기로 약속하며 경제 발전을 꿈꿨다.
그로부터 4년이 거의 지난 올해. 이달 28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제3차 회의를 앞두고 6개국은 EU와 러시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EU로 기울자 러시아의 입김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앞서 올 6월 EU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끝낸 몰도바는 이번 회의에서 협정 체결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1인당 GDP가 2100달러인 몰도바는 동유럽의 최빈국 중 하나로 EU와 교류를 통해 경제난 극복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등도 EU 대신 러시아에 기우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마저 EU에 등을 돌리겠다고 나와 인구 360만 명의 소국(小國) 몰도바가 받는 압박감은 더 심해졌다.
러시아는 이미 몰도바를 경제적으로 옥죄고 있다. 올해 9월 몰도바산 포도주 수입을 전면 금지했으며 러시아에서 일하는 몰도바 노동자들의 불법 체류 단속을 강화했다. 또 러시아에서 몰도바로 보내는 가스도 차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EU와 협상을 잠정 중단한 것도 러시아의 압박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대(對)러시아 관세동맹을 거절하자 올 7월 우크라이나 과자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항공우주 산업, 조선, 원자력 분야 협력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몰도바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과 함께 유라시안연합(EEU)국이 되길 원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EU와 FTA를 체결할 계획이던 아르메니아도 올해 9월 “EU와 관계를 끊고 유라시안연합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아르메니아와 영토 분쟁을 벌이는 아제르바이잔에 10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제공하겠다며 압력을 넣은 것이 계기였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