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 오보코갤러리카메룬 다이아몬드 원석 전시회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부자 남편감을 찾아 나선 금발 미녀 메릴린 먼로는 이렇게 노래한다. 그런데도 이 노래, ‘다이아몬드는 여자들의 가장 소중한 친구(Diamond is girl’s best friend)’를 부르는 그에게선 탐욕의 냄새가 아닌 순수한 향기가 풍기는 듯하다.
여자의 본능을 큰 따옴표(“ ”) 속에 넣은 채 해맑은 얼굴로 노래하는 먼로. 그 모습이 겉으론 ‘우아함’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본심은 작은따옴표(‘ ’)속에 넣은 채 위선을 떠는 이들보단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일까.
다듬어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빛
오보코갤러리 주최, 동아일보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생산한 다이아몬드 원석을 반입해 전시하는 첫 사례다. 카메룬의 모빌롱 다이아몬드광산에서 생산된 총 2140.76캐럿(1차로 수입된 617.32캐럿과 2차로 수입된 1523.44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원석과, 그 원석을 아름답게 커팅한 나석들을 마치 화려한 꽃다발처럼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최소 25억 년 이전, 원시 맨틀에서 형성돼 유구한 세월만큼이나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이 원석들은 오보코갤러리를 통해 보석으로 재탄생돼 첫 주인과 만날 예정이다. 오보코는 세계 최초로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를 채굴한 업체로 국내에서 최초로 채굴부터 가공, 판매에 이르는 다이아몬드의 전 유통 단계를 관할한다.
오보코 측이 다이아몬드 원석을 반입할 수 있었던 것은 카메룬이 지난해 8월 ‘킴벌리 프로세스’를 통과해 다이아몬드 수출 및 생산국 지위를 획득함에 따라 이뤄졌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분쟁지역에서 생산한 다이아몬드가 전쟁자금이나 테러자금으로 쓰이지 않도록 원산지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한 협의체다.
승리와 사랑의 보석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딱딱한 광물이다. 그래서 승리나 영원한 사랑 등의 가치를 상징해왔다. 1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선 50t에 이르는 광석을 캐내야 한다. 이런 가치 때문에 다이아몬드는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선물하는 보석이다.
다이아몬드의 중량을 표시하는 ‘캐럿’이란 말의 어원은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나무 ‘캐럽’의 씨앗에서 비롯됐다. 캐럽 나무의 씨앗은 놀랍게도 무게가 모두 일정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다이아몬드 무게를 측정했다고 한다. 1캐럿은 10부로 나뉜다. 1부 다이아몬드는 곧 0.1캐럿(0.02g)이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4C에는 캐럿(Carat) 이외에 투명도(Clarity)와 색상(Color), 연마(Cut)가 있다. 투명도는 다이아몬드가 결정화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탄소의 흔적을 평가하는 것으로, 내포물이 적을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4C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의 손길로 결정되는 ‘연마’는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과정이다. 원석이 가진 특유의 광채를 극대화하는 연마 과정에서 적어도 50% 이상의 중량이 손실된다. 그렇지만 연마 과정을 거친 후 완성된 보석의 부가가치는 원석의 그것보다 훨씬 커진다.
오보코갤러리는 전시 기간에 관람객 중 3명을 추첨해 원석 목걸이(0.57∼0.64캐럿)를 증정한다. 갤러리까지는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다음 달 20∼22일 현대백화점 목동점 1층 정문에서도 같은 내용의 전시 행사가 열린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