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신용등급 제도
앞으로 A 씨처럼 과거의 신용거래 기록에 발이 묶인 ‘저(低)신용자’ 24만 명의 신용등급이 올라갈 길이 열렸다. 신용평가회사들이 과거 이력 중심의 신용평가 제도를 손질해 부채 상환 능력과 신용관리 의지 등을 반영한 새로운 신용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등에 들어가는 금융비용이 달라진다. 달라진 제도에 맞게 신용등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저신용자 24만 명 신용등급 상승
과거에 대출을 연체한 적이 있어도 최근 소득이 안정적이거나 약속 이행을 위한 노력이 인정된다면 신용등급이 개선될 수 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세금 납세 정보와 같은 비금융 정보를 통해 신용 성향을 확인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권 대출이 사실상 어려운 신용등급 7∼10등급에 해당하는 약 570만 명 중 24만여 명의 등급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게 KCB 측의 설명. 특히 약 17만3000명의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으로 올라 은행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KCB 측은 이 같은 비금융 정보를 ‘신용과 사람 홈페이지(www.sinsa.co.kr)’에 등록해두면 신용등급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소득 일정기간 유지하고 상승 추세면 유리
달라진 케이 스코어 체계에서는 자동차 구입 등을 위해 제2금융권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거나 단기간 사용한 현금서비스의 경우 신용등급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소득이 일정 기간 유지되고 상승되는 추세인 경우에도 긍정적인 점수를 받는다. 갓 회사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의 신용등급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달라지는 신용평가체계가 모든 사람에게 유리한 건 아니다. 과거 거래기록과 신용성향, 신용여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연체를 하거나 여러 곳에 빚을 지고 있는 다중 채무자의 신용등급은 오히려 하락하고 신용등급 개선 속도도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
신용등급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신용조회 기록이 많으면 등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신용조회 기록을 개인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해 2011년 10월부터는 여러 차례 신용조회를 하더라도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는다.
연체금을 갚아도 신용등급이 곧바로 오르지 않고 최대 5년간 영향을 준다. 연체가 발생하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빚이 없고 연체가 없어 거래기록이 ‘깨끗해도’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건 아니다. 신용거래 기간, 대출상환 이력, 이자납부 실적, 카드사용 실적과 같은 신용 거래 기록이 우수해야 유리하다. 현금만 거래하거나 신용 거래 기록이 없으면 오히려 판단 근거가 부족해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소득이 높아도 연체가 많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소득이 낮아도 카드대금이나 대출 이자를 꼬박꼬박 결제하는 사람의 신용등급은 올라간다. 배우자나 가족의 신용등급은 본인의 등급과는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