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 투 … 원 … 제로 …!”
힘찬 카운트다운과 함께 열대성 해양기후의 마카오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베네시안 마카오 리조트호텔 전체가 형형색색 빛으로 물들었다. 최첨단 과학이 빚은 3D 조명이 리조트의 외벽을 캔버스로 삼아 나비가 날아다니는 봄, 소나기와 벼락이 치는 여름,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과 눈이 흩날리는 겨울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나갔다.
동서양의 아이들이 몰려나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고, 리조트 아래로 흐르는 물 위를 곤돌라가 떠 다녔다. 산타클로즈가 “껄껄” 웃으며 둥근 배를 두드리고, 발레리나가 아라베스크를 하고, 오페라 가수가 멋진 목소리로 이태리 민요를 뽑으면서 ‘윈터 앳 코타이스트립’ 행사의 첫 날이 무르익어갔다. 코타이스트립의 겨울은 내년 1월 5일까지 계속된다.
● 거대한 룰렛같은 코타이스트립
코타이스트립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LVS) 그룹이 마카오에 지은 복합 리조트단지다. 카지노와 쇼핑과 휴식, 엔터테인먼트를 완벽하게 묶어 관광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베네시안 마카오, 포시즌, 샌즈 코타이센트럴-홀리데이인, 콘래드, 쉐라톤 호텔이 오밀조밀 모여 마카오 코타이스트립을 이루고 있다. 파리를 모티프로 한 파리지안 호텔이 완공되면 코타이 지구에만 총 6개 호텔, 1만5000여 객실규모의 라스베이거스 형태의 관광단지 프로젝트가 완성된다.
3박 5일간 코타이스트립의 리조트에 머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곳이 지닌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였다. 마치 거대한 룰렛처럼 카지노, 쇼핑, 미식, 공연, 이벤트가 24시간 맞물려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코타이스트립에 머무는 짧은 기간 동안에도 팝스타 알리샤 키스의 콘서트, 세기의 복서 파퀴아오의 재기무대를 관람할 수 있었다.
● 마카오에서 만난 슈렉과 쿵푸팬더
코타이스트립의 리조트들은 최근 들어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와 손잡고 아이들에게 익숙한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앞 다퉈 열고 있다. 실제로 코타이스트립에서 드림웍스의 캐릭터들을 만나는 일은 명동에서 커피전문점 찾기만큼이나 쉬웠다. ‘슈렉’, ‘쿵푸팬더’, ‘마다가스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인기 캐릭터들이 카지노에 핀 꽃처럼 곳곳에서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매일 오후 4시가 되면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한 퍼레이드가 벌어진다. 드림웍스에서 직접 제작한 캐릭터 인형을 입은 연기자들이 흥겨운 음악과 함께 리조트를 돌며 흥을 돋우는 것이다.
‘슈펙’과 ‘블랙퍼스트’를 묶은 ‘슈렉퍼스트’라는 것도 있다. 슈렉퍼스트에서는 뷔페식 아침식사와 함께 슈렉 등 드림웍스 캐릭터들의 무대 공연을 볼 수 있다. 공연이 끝나면 캐릭터들이 테이블을 돌며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얼음조각 전시회장에서조차 드림웍스 캐릭터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꿈과 휴식, 즐거움이 공존하는 ‘인공의 천국’ 마카오 코타이스트립의 리조트호텔들.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도 재밌고 흥미롭지만 알아두면 더 알차고 재밌는 여행을 보장하는 팁을 살짝 알려드린다.
리조트 1층의 중심부에는 카지노가 위치해 있다. 반대쪽으로 가려면 카지노를 관통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평소 ‘동안’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면 여권을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21세 이하는 카지노 출입이 금지돼 있어 경비원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30대도 안심할 수 없다.
② 물은 카지노에서
마카오는 더운 지방이라 한국에 있을 때보다 물 섭취량이 많아진다. 리조트 고객이라면 굳이 물을 돈 주고 사서 마실 필요가 없다. 카지노에 가면 물이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물론 물병을 들고 나와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③ 하룻밤쯤은 타이파 마을 나들이를
코타이스트립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우리나라 80년대 같은 아담한 타이파 마을이 나온다. 마카오 과자, 육포를 파는 골목과 현지인들의 단골 음식점, 술집을 만날 수 있다. 타베르나(선술집)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큼직한 치즈를 대여섯 종류나 잘라 과일과 내놓은 푸짐한 안주가 4만원대. 그 옆 식당에서는 다섯 명이 칭다오 맥주 10병에 음식 두 가지를 시켜 먹고 4만2000원을 계산했다.
마카오|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