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디터 제체 회장은 27일 방한해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에 대한 장단기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제체 회장은 “우선 벤츠 R&D코리아센터를 2014년 말까지 신설해 한국 시장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센터의 인원을 4~5명으로 시작한다고 밝혀 의문을 자아냈다.
제체 회장은 이어 “520억 원이 투입된 부품물류센터를 내년 6월에 완공해 3만5000개 부품을 비축·유통하고, 동시에 320명을 수용할 트레이닝센터를 세워 2000여명의 신규 정비기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내년부터 한국 내 벤츠코리아와 딜러사, 파이낸셜서비스 등이 참여하는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에 대한 투자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베이징자동차는 현대차의 중국내 협력회사다.
그는 “현대차와 관계를 알고 있었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베이징자동차에 투자하게 됐다”면서 “현대차와는 경쟁관계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는 최근 베이징자동차의 지분 12% 인수하고 이사 2명을 파견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다음은 간담회에 이어 열린 제체 회장과의 주요 일문일답 요약.
-현대차와 협력사인 베이징자동차 지분 12%를 매입한 것과 관련해 배경은.
“중국에서의 성공여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중국의 파트너를 골랐고 베이징자동차와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현대차를 생각해 의도적으로 고른 것은 아니다. 파트너와 합리적인 사업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와 베이징모터스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벤츠는 현대차를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
-최근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기차 시장을 전망한다면.
“현재로서는 전기차의 미래 판매량을 예측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높은 가격과 인프라가 문제인데 이를 해결해 나가야할 것이다. 2020년 정도면 전기차 배터리 관련한 큰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그때쯤이면 전체 자동차 시장의 5% 정도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하이브리드가 점점 시장을 지배해 갈 것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부품가격에 대한 문제와 딜러와의 관계정립에 대한 국회의 지적이 나오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벤츠는 준법에 있어서 세계의 벤치마크가 되는 회사다. 엄격한 준법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협력사도 마찬가지이고 그것이 벤츠 비즈니스의 원칙이다. 만약 이와 관련해 한국 국회나 정부에서 요청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
-R&D센터를 직원 4~5명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
“출발이 그렇다는 것이고, 1차 목표는 한국 시장을 잘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R&D센터는 앞으로 한국에서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과 일본의 R&D센터와 협력해나갈 것이다. 미국 R&D센터에서는 2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데 설립한지 20년이나 됐다. 한국은 이제 출발이고 앞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봐 달라.”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벤츠코리아와 딜러, 파이낸스서비스 등이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현재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윤곽이 나올 것이다.”
-제체 회장이 직접 방문할 정도로 한국시장이 중요한 것인가.
“판매량도 중요하지만 한국은 고급차 라인 판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고객들은 까다롭고 수준이 높아 마치 프랭크 시나트라가 노래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여기서 성공하면 어디에서든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한국이 하나의 기준으로 고객만족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시장이다. 그래서 올 수 밖에 없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