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 압축 공기-물로 테스트 또 테스트세계 시장에 年 11억개 공급하지만… 한국인 사용률 OECD 최하위 수준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유니더스 공장 내부. 수천 개의 유리봉이 액체 상태의 라텍스(천연고무)를 적신 채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려 이동하고 있다(위). 품질검사를 마친 반제품(아래)에 바나나, 딸기 등 다양한 향과 윤활유를 첨가해 자동 포장하면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완제품이 된다. 증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엄격한 품질관리로 불량 막자”
암모니아 냄새에 다소 적응한 뒤 주위를 둘러보니 음경처럼 생긴 유리봉 수천 개가 약 2m 높이의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려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40, 50대 여성 근로자들 사이를 지나는 기자의 얼굴이 괜히 달아올랐다. 허 차장은 “처음 오는 분들 대부분이 민망해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제품일 뿐”이라며 웃었다.
라텍스 용액을 묻힌 유리봉은 고압의 물을 분사하는 기계로 이동했다. 표면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사람의 손 대신 물을 이용해 유리봉에 붙은 라텍스를 떼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모은 반제품은 146도의 열로 1시간 정도 건조하면서 서로 달라붙지 않게 약품처리 과정을 거친다. 돌돌 말린 채 가운데가 살짝 솟아 있는 콘돔 모습은 이때 확인할 수 있다.
허 차장은 “중요한 단계는 이제부터”라며 다른 작업장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스테인리스로 된 음경 모양의 봉 수천 개가 장비에 달려 있었다. 건조한 콘돔을 이 봉에 끼운 뒤 작은 구멍이라도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스테인리스 봉은 약한 전류가 흐르는 물이 담긴 수조를 지나는데 전류가 통과하면 흠이 있는 것이다.
불량품은 자동으로 폐기하고 나머지는 샘플검사를 두 번 더 거친다. 콘돔이 터질 때까지 압축 공기를 집어넣어 강도를 체크하는 파열 부피 실험, 300mL의 물을 넣고 누수(漏水)를 살피는 핀홀 테스트 등이다.
허 차장은 “불량 콘돔은 에이즈나 성병 같은 질병에 노출될 수 있고, 피임이라는 목적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품질검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콘돔,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정도식 부사장은 “콘돔은 기호품인 담배와 같다”며 “나라마다 사람들의 체격이나 취향이 다르듯 국가별로 잘 팔리는 제품도 각기 다르다”고 말했다. 예컨대 브라질 등 남미에서는 초콜릿, 딸기 향이 첨가된 돌출형 콘돔이 잘 팔리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향이 적거나 아예 없는 작은 크기의 일반형을 선호한다. 정 부사장은 “한국에서 시판되는 제품은 20여 년 전만 해도 국제표준화기구(ISO) 규격(지름 53mm, 최소 길이 160mm)보다 작은 것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ISO 규격에 맞춘 제품이 대다수”라고 귀띔했다. 제품 안쪽에 촉각예민감소제를 넣은 ‘롱 러브 콘돔’이 히트 상품이다.
유니더스가 생산하는 콘돔은 연간 11억5000만 개에 이른다. 증평 공장에서 6억3000만 개, 나머지는 중국 장쑤(江蘇) 성 공장에서 만든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70%,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입찰에 부치는 세계시장 물량의 30%도 이 회사가 공급하고 있다.
국내 소비량도 개별 판매보다는 ‘세계 에이즈의 날’(12월 1일) 등을 맞아 보건단체들이 콘돔 사용 장려 캠페인을 펼칠 목적으로 대량으로 사들이는 게 더 많다.
유니더스는 국내에서도 콘돔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사용법을 정확히 알려주고 쉽게 살 수 있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훈 사장은 “한국인의 콘돔 사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콘돔이 원치 않는 임신이나 질병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증평=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