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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놓고 굴릴줄 모르는 韓 퇴직연금

입력 | 2013-11-28 03:00:00

[노후준비, 금융선진화에 달렸다]<하>자산운용시장을 키워라
호주는 퇴직연금 펀드 의무 가입후 1인당 은퇴자산 5억5000만원으로




호주는 1992년 소득의 9%를 의무적으로 적립하게 하는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주식 등에 투자하는 확정기여형(DC)으로 일괄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현재 호주 국민이 은퇴할 경우 갖게 되는 1인당 자산은 평균 57만 호주달러(약 5억5000만 원)다. 2011년 기준 호주의 퇴직연금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1조3490억 호주달러(약 1308조5300억 원)로 전체 펀드 자산의 70%를 차지한다.

정부가 나서 퇴직연금을 의무적으로 펀드에 가입하게 한 결과 국민들은 노후 준비를 잘할 수 있게 됐고 관련 산업도 키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자산운용업을 키우면 국민이 여유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은 소득의 8%가량을 퇴직연금으로 쌓고 있지만 확정급여형(DB)이냐, DC냐는 개인 선택에 달려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DB형을 선택했고 DC형도 대부분 원금보장형을 선택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자본시장 60년 향후 10년’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리처드 돕스 매킨지 글로벌연구소장은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하고 금융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서 투자은행(IB)이 성장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자산운용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총 72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중 6.1%인 약 4조3800억 원 정도만 자본시장으로 편입되고 있을 뿐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자산운용업이 노후와 직결된 산업이라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정부가 자산운용업이 국민의 노후와 직결된 산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예금, 보험 등에 치중된 자산의 일부를 펀드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펀드에 가입하면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펀드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연기금이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 국내 운용사를 참여시키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산운용 시장 규모가 한국의 2.8배에 달하는 일본의 경우 공적연금펀드(GPIF)가 해외 자산에 투자하거나 해외 국부펀드가 일본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본 자산운용사를 거치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고 있다.

자산운용 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해 메릴린치, UBS, 씨티은행 등 해외 유명 금융회사들이 한국에만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를 만들어 판매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해외에서 한국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은 대부분 이머징마켓 펀드 중 일부분을 한국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해외 금융회사들은 “한국 기업들은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배당에 인색하다”고 지적한다.

그 밖에 현재 1.7∼2.8% 수준인 수수료를 현실화해 자산운용사의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업계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펀드 운용과 판매 관리를 제대로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지적이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이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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