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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특허소송에 당하고 中 짝퉁에 쫓기고… 지재권에 발목잡힌 中企 “울고 싶어라”

입력 | 2013-11-28 03:00:00

美서 소송하려면 5년-30억 들고… 中은 디자인 일부 도용해도 무죄
“정부-민간 차원 분쟁 도움 필요”




미국 시장에서 매출의 절반을 올리는 국내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미국 경쟁사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직원이 10명도 안 되는 A사는 대응할 인력이 없는 데다 패소하면 미국에서 아예 영업을 못할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금을 지급했다.

생활용품 업체 B사는 5년 전 해외에서 중국산 모조품이 절반 값에 팔리는 것을 확인했다. 중국 행정당국에 신고하고 소송도 제기했지만 모조품은 사라지지 않았다. B사는 “모조품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까지 추락했다”고 호소했다.

연매출이 약 1조 원인 중견기업 C사는 매년 해외 경쟁사나 특허관리전문회사(NPE·특허괴물)로부터 특허를 침해했다는 경고장을 5∼10건씩 받는다. 해당 특허가 무효라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를 찾는 데만 수천만 원이 든다. 회사 측은 “방어 목적으로 특허를 매입하려 했으나 쓸 만한 특허는 수백억 원이나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1위)과 미국(2위)에서 중소·중견 기업들이 지식재산권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에 수출하면 특허 소송을 걸어오고, 중국에서는 디자인과 상표를 베낀 모조품이 성행한다.

27일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에 따르면 해외 특허괴물이 국내 기업에 제기한 특허 소송은 2008년 43건에서 올해 1∼9월 215건으로 증가했다. 이 중 중소기업에 대한 소송은 같은 기간에 5건에서 33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특허 소송을 하려면 기간이 5년가량 걸리는 데다 비용도 30억 원 가까이 들어 중소기업들이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중국에서는 모조품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동욱 주중대사관 특허관은 “중국에 진출하려면 상표를 등록한 뒤 중국 해관(관세청)에 신고해야 모조품을 적발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중소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중소·중견 기업은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선희 한국산업재산권법학회장(한양대 법학전문대 교수)은 “우리 정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중국에 ‘부분 디자인 제도’를 도입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도입했다”고 말했다. 부분 디자인 제도는 물품의 일부분을 디자인으로 등록하면 경쟁사가 디자인 일부만 베껴도 지재권 침해로 인정하는 제도다. 중국산 모조품의 경우 디자인의 일부를 베낀 제품이 많지만 현행 중국법은 디자인을 전부 베껴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미국 로스쿨들은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교수와 학생이 무상으로 특허분쟁 대응을 도와주는 조직을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