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의혹속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까지
투명행정 강조 취임초기 개혁의지 퇴색
팬들 “많은걸 기대했는데 개선된 게 없다”
대한축구협회장 취임 9개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4년 임기 중 1/5 가까운 시간이 지났건만 축구협회의 가시적인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1월28일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며 야심 찬 출발을 알렸던 정몽규 회장 체제의 현실이다.
취임 초 행보는 나쁘지 않았다. 정 회장은 당선 후 협회장 선거에서 각축을 벌였던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전 중등축구연맹회장, 윤상현 국회의원을 만나 각계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다. 5월에는 비상임기구인 미래전력기획단을 신설하며 허 회장 선거캠프의 브레인 역을 맡았던 이용수 세종대 교수를 끌어안았다. 분열된 축구계 통합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끊임없는 과오로 질타를 받은 축구협회가 변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줬다. 전임 조중연 집행부는 독선적인 행정으로 공분을 샀다. 비리 직원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주고 퇴사시키며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했다. 그뿐 아니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았다. 편 가르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런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게 바로 정 회장의 책무였다. 하지만 변화는 거의 없었다.
축구팬들은 정 회장 부임 이후 많은 기대를 했다. 젊은 CEO의 이미지가 축구협회를 정상화 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결과도 얻지 못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이 이곳저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한 축구팬은 “협회장이 바뀌면서 많은 기대를 걸었건만 상황은 전혀 개선되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의 밥 그릇 싸움을 개탄하며 서슬 퍼런 독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투명한 행정에 대한 팬들의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 집행부도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투명하지 못한 행정 때문에 또 다시 팬들로부터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의 취임사는 한국축구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다. 그는 취임사에서 ▲축구문화의 혁신 ▲인프라의 확충 ▲국제적 위상 제고를 강조했다. 그리고 희망찬 미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투명 행정을 역설했다. “이 모든 노력은 더 투명하고, 더 개방적이며, 더 변화하는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할 것이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화려한 미사여구가 가득한 말보다 묵직한 행동을 보고 싶어 한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