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작년 K리그 감독상에 이어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 감독이 수상 후 트로피를 든 채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FC서울
■ AFC ‘올해의 감독상’ 수상
FC서울 부임 첫 해 K리그 감독상 이어
2년 만에 아시아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 초 슬럼프 극복…ACL 준우승에도
“경험 없는 나 때문에 우승 못해” 자책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일으키고 있는 바람이 센세이셔널하다.
담담한 표정으로 수상소감을 밝히는 최 감독을 보며 첫 만남이 떠올랐다. 서울 담당기자가 돼 최 감독을 정식 대면한 것은 작년 1월이었다. 구리훈련장 인근 식당에서 인터뷰를 했다. ‘서울 맨’이라는 자부심이 인상적이었다. 최 감독은 “진정한 난 놈은 (신)태용 형(2010년 말 신태용 감독이 성남의 챔스리그 우승을 이끈 뒤 ‘나는 난 놈인 것 같다’고 인터뷰)이 아니고 내야”라고 친근한 부산 사투리로 말했다. 자신이 더 잘났다는 뜻이 아니었다. 젊은 나이에 명문 구단 사령탑을 맡은 책임감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최 감독은 주차장을 빠져 나올 때 승용차 창문까지 내리고 관리인에게 인사를 했다. 어디서든 말단 종업원에게도 깍듯하게 예의를 지킨다고 했다. 구단에 누가 되는 행동은 최대한 삼가려는 모습이었다.
최 감독은 작년 하늘을 훨훨 날았다. 감독 1년차에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적수가 없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내용과 결과 모두 잡았다. K리그 감독상은 당연히 그의 차지. 최 감독은 잘 나갈수록 겸손하려 애썼다. 라이벌전 패배가 자극이 됐다. 승부욕으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 감독에게 작년 라이벌 수원삼성 전 연패는 뼈에 사무치는 아픔이었다. 그는 수원에 패한 날이면 집 옥상에 있는 그네에 딸을 태우며 마음을 달랬다. 패배의 아픔을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하나의 자극으로 생각하려 했다. 그는 올해 수원을 상대로 2승1무1패를 기록하며 징크스를 깨끗하게 털어냈다.
최 감독은 올 초 심각한 우승 후유증에 시달렸다. 서울은 리그 초반 7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다. 특히 수비 불안이 문제였다. 나름 속사정이 있었다. 작년 4-3-3 포메이션을 즐겨 썼던 최 감독은 올해 공격수를 1명 늘린 4-4-2로 바꿨다. “아직 젊은 지도자인데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도 초반에 이렇게 부진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선수들부터 동요했다. 다시 4-3-3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최 감독도 고민했다. 그러나 자신과 약속은 지키고 싶었다. 선수들을 설득하고 다독이며 원래 계획대로 이끌었다. 서울은 멋지게 슬럼프를 탈출했고, 내년 챔스리그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