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비수 이정호가 27일 열린 K리그 클래식 울산과 39라운드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에 둘러싸여 축하를 받고 있다. 부산|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선두 울산·2위 포항 12월1일 최후의 승부
정말 갈 데까지 갔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우승 향방은 아무도 모르게 됐다. 정규리그 내내 이어진 선두 울산 현대와 2위 포항 스틸러스의 쫓고 쫓기는 레이스는 27일 열린 정규리그 39라운드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양 팀은 12월1일 오후 2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우승 타이틀을 놓고 운명의 90분을 펼쳐야 한다. 양 팀은 승점차가 2점차여서 최종전에서 이기는 팀이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오른다. 물고 물리는 승부를 벌여온 울산과 포항에는 어쩌면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할 진짜 명승부전은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흥행몰이는 당연하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공식 우승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 더욱 꼬여버린 1∼2위 혼전
오후 7시30분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만난 울산은 우승을 확정짓지 못했다. 이날 반드시 이겨야 자력 우승이 가능했다. 전반 21분 브라질 공격수 하피냐의 첫 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이후 2골을 연속으로 허용하면서 패했다. 1-2 패.
사실 포항은 얻을 것만 있을 뿐, 잃을 게 없어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울산은 전혀 반대의 상황이었다. 울산 김호곤 감독은 줄곧 “정규리그는 마라톤이다.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면 계속 선두권을 유지하다 한 순간 찾아올 타이밍을 잡으면 된다”고 강조해왔다. 쫓기는 입장이 아닌 쫓는 자의 입장이 훨씬 좋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10월 말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6연승 행진으로 선두 궤도에 오른 울산은 ‘수성’의 입장이 된 지금 이 순간이 낯설다. 김 감독은 힘겹다. 제자들과는 달리 포항과 서울의 대결을 지켜보지 않았다. 괜히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웃어도 속은 말이 아니다. (서울 결과를 접하고)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옛 말을 실감하게 됐다. 작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보다 지금이 훨씬 힘들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부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