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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파월병사 묘역에 묻어달라” 故채명신장군 유언

입력 | 2013-11-28 03:00:00

현충원 개원 이래 장군으론 처음
‘40년 인연’ 패티 김이 영결식 弔歌




최윤희 합참의장-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함께 조문 최윤희 합참의장(오른쪽)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왼쪽)이 27일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채명신 예비역 중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고인은 초대 주월남 한국군사령관 겸 맹호부대장을 지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월남전의 영웅’은 장군 묘역이 아닌 파월(派越) 병사들이 묻혀 있는 병사 묘역을 선택했다. 25일 향년 88세로 별세한 채명신 초대 주월남 한국군사령관은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내 3.3m²(약 1평) 규모인 병사 묘역에 묻힌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파월 장병이 묻혀 있는 묘역에 묻어달라’는 고인의 유언을 받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생전 26.44m²(약 8평) 규모의 장군 묘역에 묻히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는 것이다. 장군이 장군 묘역에 안장되는 관행을 깨고 계급을 낮춰 병사 묘역에 안장되는 것은 현충원이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당초 국방부는 장군이 병사 묘역에 안장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부인 문정인 씨는 남편의 유언을 받아들여 달라는 취지로 청와대에 편지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사령관이 묻히게 되는 곳은 2번 병사 묘역으로, 고인이 파월참전자회장을 맡으며 먼저 세상을 떠난 전우들을 추모해왔던 곳이다.

군 안팎에선 죽어서도 월남전 참전 전사자와 함께하겠다는 고인의 숭고한 뜻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채명신 장군은 군의 정신적 지주”라고 기렸다.

장례식은 28일 서울현충원에서 육군참모총장이 주관하는 육군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에선 가수 패티 김 씨가 조가(弔歌)를 부를 예정이다. 패티 김 씨는 월남전 당시 자비를 털어 월남에 위문 공연을 갔고, 이것이 계기가 돼 고인과 40년 이상 인연을 이어 왔다.

손영일 기자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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