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소외론’ 나오자 곤혹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포격 관련 발언을 비판한 뒤 마치 천주교와 대립하는 모양새로 비치자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불교, 기독교 지도자를 초청했으나 유독 가톨릭 지도자하고만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천주교 소외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다른 종교와의 형평성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천주교에 대한 대통령의 애정은 매우 각별하다”고 말했다.
실제 박 대통령의 학창 시절은 천주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박 대통령이 졸업한 성심여중고교는 가톨릭 재단이고 서강대 역시 가톨릭 예수회가 운영하는 학교다. 박 대통령은 1965년 성심여중 시절 세례를 받아 ‘율리아나’란 세례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율리아나는 13세기 한평생 약자를 보살피며 자선활동을 해온 이탈리아의 성녀(聖女)다.
박 대통령은 가톨릭 학교인 이 학교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지난해 성심여고를 방문한 자리에선 “성심을 다니면서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훗날 어렵고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다. 제가 꿈꾸는 교육도 성심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모델로 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성심여고 동문들은 지난해 대선 때 박 대통령의 유세 현장을 쫓아다니며 식사 시간이 없는 박 대통령의 차 안에 도시락을 넣어주고, 유세 수행원들에게 직접 싼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강대 동문 일부도 포럼을 만들어 박 대통령을 도왔다. 박 대통령은 동문을 챙긴다는 구설을 우려해 취임 후 동문들과의 별도 만남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전만 해도 성심여고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서강대 홍보 광고 촬영은 물론이고 대학 언론 동아리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하게 응해주는 등 애정을 보여 왔다.
박 대통령도 반정부 성격이 강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서는 편치 않은 감정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천주교 어른 신부들과는 물밑에서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천주교 지도부와의 만남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주교들의 시간과 대통령의 일정을 맞추지 못해 미뤄졌을 뿐이다. 언제든 다시 만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 즉위 미사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보내고, 방한한 필로니 추기경을 만나 124위 순교자 시복 결정을 요청하는 등 천주교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