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2년]
정통한 북한 소식통이 27일 전한 한 북한 주민의 이야기에는 심화되는 북한의 지역 격차와 이로 인해 누적돼 온 주민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의 모니터링을 위해 방북했던 인사들의 전언은 대부분 화려해진 평양의 밤거리와 활기가 넘치는 도시 풍경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 소식통들은 “수도 평양에만 국한된 외형상의 변화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 지금 북한은 ‘평양 vs 지방‘의 북북(北北) 갈등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관련해 주요한 근거로 거론되는 휴대전화의 경우, 사용자의 60% 이상이 평양시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0여 대의 택시도 대부분이 평양 지역에서 운행되고 있다. 5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도 절반 이상은 평양에 몰려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평양을 거대한 공사판으로 만들다시피 한 각종 전시성 프로젝트와 우상화 작업에 들어간 5억 달러는 중국산 옥수수 140만 t을 살 수 있는 돈이다. t당 370달러 정도인 곡물 시세로 따졌을 때 북한 전 주민(약 2500만 명)의 5개월 치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양에만 자금과 물자가 집중되면서 지방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공통된 전언이라고 대북 소식통들은 말했다. 양강도나 자강도 같은 지방의 경우 하루 1시간의 전력 공급도 차질이 빚어지기 일쑤이고 식량 사정도 열악하다. 이달 방북했던 한 외국인은 “북쪽으로 갈수록 생활 여건이 열악해 신체 발달이 미숙하고 키가 작은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정은조차 “지방에 가면 창피할 정도”라며 평양과 다른 지역 간 격차 심화 현상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 주민들의 불만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2000만 지방 동포가 200만 명의 평양 시민을 먹여 살린다”, “평양 시민만 김정은의 시민”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김정은을 “꼴꼴이(돼지새끼)”나 “수탈놀음을 하는 죽일 놈”이라고 부르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북한 간부는 “주민들의 생활고가 극에 이르다 보니 멀쩡하던 주민들도 모두 도둑질, 강도질을 하고 다닌다”는 말도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 북한 경제 착시효과의 어두운 이면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북한의 경제사정은 일단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제2차 핵실험 이후인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0.9%, ―0.5%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지만 2011년에는 0.8%, 지난해에는 1.3%로 높아졌다. 날씨가 좋아서 농사가 잘됐고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광물 수출의 수익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 등지에 ‘밀어내기’ 식으로 확대한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파견도 수익 증대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국제 시세의 변동과 작황 등에 따른 일시적인 수입 증대일 뿐 경제의 근본적인 펀더멘털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외교 안보 분야의 당국자들은 지적한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도 “북한이 대규모 정치 행사와 김정은의 관심 사업 같은 비생산적 부문에 돈을 집중적으로 쏟아붓고 있어 성장잠재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조짐”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투자나 산업 연관 효과가 큰 기간산업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는 것도 주요한 근거라고 그는 설명했다.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청와대의 당국자들은 이런 북한의 경제 사정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의 경제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평양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 피상적인 인상 평가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강도 높은 대북 제재가 이어지는데도 지금 같은 자원 배분의 왜곡이 계속된다면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은 불가능하다. 수년 내 경제 붕괴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