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성전자의 노트북을 보면 확실히 ‘자신감’이 느껴진다.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했을 때 꼭 한 두 가지 정도 자사만의 특색을 집어넣는다. 이를 테면 CPU나 메모리, 저장장치 등의 사양은 비슷하더라도 삼성 제품이 조금 더 얇다던가, 아니면 디스플레이를 차별화한다던가, 그도 아니라면 좀 더 과감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때문에 가격은 좀 더 비싸긴 한데, 그래도 삼성에선 이런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마치 1980~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리던 소니나 파나소닉의 당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삼성이 최근 출시한 아티브북9 플러스(ATIV Book 9 Plus, NT940X3G-K54)도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슬림함 강조한 고급스런 외형
아티브북9 플러스의 외형을 보고 거부감을 느낄만한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것 같다. 우선 두께가 13.6mm로 대단히 얇은데다 본체 전반에 도입된 메탈 재질은 보기에도 좋고 질감도 우수하다. 측면을 보면 특히 앞쪽 바닥 부분을 둥글게 처리해서 실제 두께보다도 얇아 보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무게도 1.39kg으로 가벼운 편이다.
다만, 측면 포트의 구성은 희비가 엇갈린다. 너무 얇은 두께 때문에 포트의 사용성이 다소 저하되었기 때문이다. USB(3.0) 포트가 2개뿐이고 HDMI나 D-Sub(VGA), 유선랜 포트 등이 소형 규격이라 이를 이용하기 위해선 변환 젠더를 이용해야 한다(D-Sub와 유선랜 젠더는 기본 제공). 그래도 아예 생략하기 보다는 이렇게 젠더라도 제공해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는 울트라북 제품군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키보드와 터치패드, 디스플레이 만족도 높아
키보드 부분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이렇게 얇은 노트북 중에 상당수는 키가 눌리는 깊이가 너무 얇아서 마치 전자계산기를 치는 느낌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아티브북9 플러스의 키는 의외로 깊이가 있는데다 반발력도 적절해서 치는 맛이 나쁘지 않다. 어두운 곳에서 작업할 때 요긴한 키보드 백라이트(후방조명)를 내장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터치패드도 나쁘지 않다. 본체 크기에 비해 면적이 제법 넓은데다 버튼 일체형인데도 감도가 좋은 편이다. 일부 버튼 일체형 터치패드는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면 오작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티브북9 플러스의 터치패드는 그렇지 않다.
터치패드 오른쪽을 쓸어내려 윈도8의 참 바를 불러온다거나 3개의 손가락을 문질러 페이지를 넘기는 등의 유용한 매크로 동작도 다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다만, 아티브북9 플러스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노트북이라 터치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가 적을 것 같다.
화면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화면의 크기는 13.3인치로 작은 편이지만 최대 해상도(정밀도)가 1,920 x 1,080의 풀HD급을 능가하는 3,200 x 1,800의 QHD+급인데다 시야각이 넓어 위 아래나 옆에서 보더라도 좋은 화면을 볼 수 있다.
특히 3,200 x 1,800 해상도는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 8.1에서 정식 지원한다. 각종 오브젝트의 비율이나 크기를 유지한 상태에서 정밀도만 크게 높아진 화면을 볼 수 있다. 또한 터치스크린이기 때문에 태블릿PC용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윈도8/윈도8.1과의 궁합도 좋다.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전용 앱의 수가 많지 않아 아직은 재미 삼아 이용해보는 정도지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은 것은 확실하다. 굳이 터치 전용 앱이 아니더라도 마우스 없이 일반적인 문서 작업이나 인터넷 서핑을 할 때 터치스크린은 터치패드보단 훨씬 직관적이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이용해 ‘LOL’이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하기엔 확실히 무리가 있다.
저전력과 반응속도 중시한 하스웰 기반 울트라북
내부 사양을 살펴보면 최신 CPU인 4세대 코어 i5-4200U(하스웰)에 4GB의 DDR3 메모리, 그리고 인텔 HD 4400 내장 그래픽과 128GB의 SSD를 갖췄다. 수치적인 고성능보다는 저전력과 반응속도를 중시한 전형적인 울트라북의 사양이다. 비슷한 가격의 데스크탑이나 일반 노트북에 비해 게임 성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재충전 없이 오랫동안 견디는 배터리와 SSD 특유의 빠른 속도 덕분에 일상적인 활용에서 체감하는 성능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인텔의 내장 그래픽은 ‘지포스’나 ‘라데온’ 같은 외장형 그래픽카드에 비해 게임 성능이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올해 출시된 하스웰은 이를 많이 보강했다고 인텔은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을 할만한지 간단히 테스트를 해봤다. 플레이 해 본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LOL)’와 ‘디아블로3’, 그리고 ‘아키에이지’다.
게임 성능도 ‘그럭저럭’
LOL의 경우에는 해상도 1,920 x 1,080에 그래픽 옵션을 ‘높음’ 상태에서도 40~50 프레임 사이를 꾸준히 유지하며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디아블로3는 해상도 1,920 x 1,080 상태에서는 다소 끊김이 있지만 1,600 x 600 해상도에 그래픽 옵션 ‘높음 상태에서는 30 프레임 내외를 유지하며 비교적 무리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아키에이지의 경우, 1,600 x 600 해상도에 그래픽 옵션을 최하로 낮춰도 평균 10~15프레임 내외로 구동되어 그다지 원활한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과거의 인텔 내장 그래픽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 수준이니 캐주얼한 온라인 게임 위주로 즐기는 게이머라면 큰 불만 없이 쓸 수 있겠다.
참고로 노트북으로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하다 보면 키보드 하단의 팜레스트 부분이 뜨거워져 불편을 겪곤 하는데 아티브북9 플러스의 경우, 게임을 한창 플레이 하는 도중에도 팜레스트 부분의 온도가 섭씨 30도 정도(디지털 온도계 기준)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열 배출 구조는 양호한 편이다.
스마트폰 화면이 노트북에도 뜨네?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간의 연동을 강조하고 있다. 타사와 차별화되는 IT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는데, 아티브북9 플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연동하는 ‘사이드싱크(SideSync)’ 기능이다.
사이드싱크 기능을 이용하려면 사이드싱크 프로그램이 설치된 삼성 노트북, 그리고 같은 이름의 앱이 설치된 삼성의 스마트폰이 필요하다. 양쪽 기기를 USB 케이블로 연결하거나 같은 공유기에 접속하게 한 후 사이드싱크를 실행하면 노트북의 키보드와 마우스로 스마트폰을 제어하거나 스마트폰의 화면을 노트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두 기기간의 파일 전송도 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스마트폰(갤럭시노트2) 화면을 노트북으로 공유해보니 PC를 통한 화면 표시와 조작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스마트폰을 직접 조작할 때에 비해 동작 반응이 0.5 초 정도 늦는 편이라 게임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그 외의 작업에 활용하기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삼성 스마트폰을 가진 사용자라면 한 번씩 활용해 볼만하다.
경쟁자 대비 한 발짝 정도 앞서있다는 느낌
삼성전자의 아티브북9 플러스는 여러모로 탐낼만한 제품이다. 디자인이나 구성, 두께나 무게 등의 기본기가 충실한데다 풀HD를 능가하는 QHD+급 디스플레이까지 갖췄다. 컴퓨팅적인 사양은 최근 한창 출시되고 있는 전형적인 4세대 인텔 코어(하스웰) 기반의 울트라북이지만 직접 만져보면 여러모로 경쟁사 제품에 비해 한 발짝 정도 앞서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워낙 시장 경쟁이 심하다 보니 이런 차이가 생각 이상으로 크게 작용한다.
아티브 북9 플러스는 2013년 11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180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는데, 비슷한 사양의 경쟁사 제품에 비해 살짝 비싼 편이라 사실 ‘가성비’가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제품을 이렇게 자신감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삼성전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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