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직장인 인사고과 시즌
○ 눈물나는 승진 준비
보통 기업들이 요구하는 진급 조건은 평균 이상의 고과와 승진시험 점수, 그 외에 어학점수 및 직무 관련 자격증 등이다. 이 때문에 고과와 승진시험은 평소 기본으로 준비하되 추가 점수를 받기 위해 퇴근 후는 물론이고 주말마다 어학원과 자격증 학원을 다니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제 영어 점수는 누구나 갖추는 ‘스펙’이라는 생각에 일부 직장인들은 경쟁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중국어, 일본어 등 제2외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기본 고과점수 외에 가장 높은 어학점수 2개를 제출하면 가점을 준다. 점수에 따라 등급을 나눠 1등급이면 0.3점, 2등급이면 0.2점, 3등급이면 0.1점을 추가로 준다. 즉 본인의 노력에 따라 최대 0.6점까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마찬가지로 CAD(컴퓨터 설계) 등 직무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사내외 수상 경력이 있어도 가점을 받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인사고과 평가와 승진 자격시험 외 영어 일본어 중국어 점수, 직무 관련 자격증에 따라 가점을 주기 때문에 ‘방과 후 학습’ 경쟁이 치열하다.
아직 승진 연한을 채우지 못한 후배들이 진급 경쟁에 뛰어드는 곳도 있다. SK그룹은 승진 연한을 채우기 3년 전부터 승진시험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진급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어학 점수와 승진시험 점수, 고과평가가 우수하면 발탁 승진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SK는 승진시험에서 회사 경영철학, 경영이념 등을 기록한 ‘SKMS(SK Management System)’에 관한 이해를 요구한다. ‘행복경영에 대해 논하시오’ 등 SKMS에 나오는 경영철학을 풀어 쓰라는 논술형 문제가 3개 이상 나오기 때문에 진급 대상자들은 시험 3주 전부터 논술 준비에 매달린다.
LG전자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편이다. 본인의 성과 및 역량에 대한 자기평가와 조직 책임자 평가, 영어 점수(토익스피킹 시험 3급 전후) 등을 기준으로 진급자를 결정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승진은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소속 부서의 정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며 “승진에 매달려 부작용을 일으킬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 ‘줄 세우기’가 정답일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12일(현지 시간) 업무 실적에 따라 1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겨 평가하던 기존의 인사평가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스택 랭킹’이라 불리는 이 제도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이 만든 인사평가제도로, 직원들을 업무성과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누고 이에 따라 연봉이나 승진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MS 관계자는 “조직 내에 과도한 경쟁을 일으켜 직원들 간의 협력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와 이를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라며 “조만간 시스템이 완성되는 대로 이를 전 글로벌 지사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두산그룹이 6월 인사고과에 따른 승진 관행을 없애 화제가 됐다. 점수 매기기를 통한 객관적 평가 대신 일대일 면담을 통해 소통 능력, 투명성, 혁신 마인드, 근성, 사업적 통찰력 등 45개 항목에 따른 주관적 평가를 도입한 것이다. 본인 스스로 평가한 내용을 바탕으로 팀장과 차상위자가 각각 평가를 더하는 식이라 과거에 비해 평가 기간은 두 배 가까이로 길어졌다.
이전처럼 승진 명단이나 인원을 발표하지 않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대신 승진 대상자 및 그와 함께 일하는 조직원에게만 ‘이 사람이 왜 승진했고 앞으로 이 사람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설명해주는 서신을 부서장이 보낸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