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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떡이던 日전자업계 ‘벌떡’

입력 | 2013-11-29 03:00:00

소니-파나소닉-히타치 실적 개선
美업체 손잡고 기술개발도 박차… 주력상품 겹치는 한국에 비상등




오랫동안 부진을 겪었던 일본 전자업계의 실적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화 약세의 영향 등으로 2013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실적이 전년 동기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 주요 기업들은 적극적인 기술 개발과 부진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일본 전자업계의 주력 사업 분야는 반도체와 TV 등으로 한국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지금은 한국이 주요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과거 일본이 그랬듯 방심하면 언제든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은 9월 둘째 주 사장단 회의에서 ‘일본 전자산업 동향 점검’을 주제로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이 강연을 하기도 했다.

히타치의 상반기 매출은 4조4706억 엔(약 46조49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영업이익은 1734억 엔으로 6.0% 각각 증가했다. 올해 약 5000억 엔의 영업이익을 내 히타치 사상 최대였던 1991년의 5064억 엔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년 연속 7000억 엔 규모의 적자를 냈던 파나소닉도 상반기에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연간 기준으로 2700억 엔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도시바 후지쓰 등도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주요 업체가 대부분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전자업계의 맏형격인 소니도 최근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초고화질(UHD) TV 보급형 제품을 내놓으며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한참 뒤처져 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광학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며 현재 애플과 일본 시장 1위를 다투고 있다. 2010년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와 배터리 협력 개발에 나선 파나소닉도 전기자동차 배터리 선두권 업체로 부상했다.

경쟁업체와의 공동 기술개발(R&D)도 활발하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도쿄일렉트론 등 미국과 일본 반도체 관련 기업 20여 곳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성능을 대폭 향상시키는 차세대 메모리 양산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업체들도 새로운 소재와 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구조조정 노력을 계속하는 등 혁신 노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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