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뽑고 감독도 입맛대로 임명… 日은 반대로 감독이 전권 쥐어
이름값만 놓고 보면 배로(1868∼1953·사진)는 루스(1895∼1948)와 비교가 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미국 야구 역사학자들은 홈런 714개를 때린 루스보다 25년 동안 양키스 단장을 지낸 배로를 높게 평가한다. 배로 단장 시절 양키스는 정규 시즌에서는 14번, 월드시리즈에서는 10번 우승하며 ‘왕조’의 기틀을 다졌기 때문이다.
배로는 1918년 보스턴을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끈 감독 출신이다. 그러나 우승 이후 팀 사정은 날로 악화되기만 했다. 자기 사업 빚에 시달리던 구단주가 스타 선수들을 계속해서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그는 양키스 단장에 취임하면서 선수단 구성 권한을 요구했다. 당시까지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감독이 선수단을 꾸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배로는 밀러 허긴스 감독에게 “당신 일은 이기는 것이고, 내 일은 당신이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선수들을 구해오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지금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단장(General Manager)과 감독(Field Manager)의 업무 분장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은 그라운드 안에서 벌어지는 일만 책임진다. 그밖의 모든 일은 프런트 최고책임자인 단장 몫이다. 신인 선수 스카우트나 트레이드, 자유계약선수(FA) 영입 역시 단장 관할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종차별을 무너뜨린 재키 로빈슨(1919∼1972)을 영입한 것도 당시 브루클린(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브랜치 리키 단장이었다.
감독 선임 역시 단장 몫이다. 메이저리그는 감독조차 선수단의 일부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는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처럼 감독보다 유명한 단장도 적지 않다.
반면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감독이 선수단 구성까지 책임진다. 구단주가 감독을 직접 지명하고 전권을 쥐여주기 때문이다. 주니치의 오치아이 히로미쓰 단장처럼 감독 위에 군림하는 인물도 더러 있지만 보통 단장은 구단주 지시를 받아 감독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