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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리조트 정책, 외자유치에만 집중… 국내자본이 적극 참여할 여건 마련을”

입력 | 2013-11-29 03:00:00

관련학회-전문가들 세미나 열어




28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하나투어 본사에서 ‘복합리조트,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을까’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 행사를 주최한 변정우 서비스사이언스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현행 복합리조트(IR) 관련 제도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카지노와 호텔 이외 시설에 대한 투자가 미흡해지거나 국부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호텔, 회의시설, 공연장, 쇼핑몰, 테마파크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오락·휴양공간이다. 현재 인천 영종도의 경제자유구역에 복합리조트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28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하나투어 본사에서는 서비스사이언스학회 등의 주최로 복합리조트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카지노 허가제도 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병권 호원대 교수(호텔관광학부)는 “복합리조트는 카지노와 호텔 이외에 회의시설과 공연장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시설도 포함한다”며 “외국 자본에 대한 복합리조트 허가 문턱을 낮추면 카지노와 호텔 등 ‘돈 되는 시설’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려는 사업자를 걸러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자본 유치에 집중하는 경제자유구역 관련법 때문에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규제 축소가 문제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외국기업이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고 재투자를 기피하면 국부 유출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심사에서 탈락한 외자 카지노 업체들이 다시 응모할 경우 이를 통제할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송학준 배재대 교수도 “한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한국형 복합리조트’ 도입을 위해 국내 자본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부 유출에 대한 사항은 이미 해외에서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마리나베이 카지노 사업권 입찰에서 복합리조트 관련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국 업체를 배제했다. 결국 카지노 영업권을 획득한 미국 샌즈그룹은 투자한 6조 원을 5년 만에 회수했다. 샌즈그룹은 싱가포르 샌즈 리조트에서 회수한 자금으로 싱가포르가 아닌 마카오, 스페인 등 제3국에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천 영종도에 복합리조트 건립을 추진 중인 외국 자본 업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 허가권 획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영종도 복합리조트 투자를 추진 중인 해외 자본으로는 미국 금융회사인 PNC그룹과 리포&시저스(LOCZ),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가 있다. 이들은 6월 영종도 카지노 설립 사전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이번에 다시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장 교수는 “이들 해외 기업은 초기에 카지노와 호텔에만 투자하는 등 국내 카지노업에 진출해 선점 효과를 거둔 뒤 궁극적으로 ‘오픈 카지노’ 설립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카지노 전문가들은 조만간 국내에서도 오픈 카지노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도쿄 올림픽(2020년)에 앞서 오픈 카지노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에는 내국인 상대 사업권을 가진 강원랜드의 독점 사업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