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소재 만화로 1990년대 인기… 극 진행방식-인물 스타일 닮아신원호 PD 등 당시 10, 20대 독자들 현재 30, 40대로 주시청층 형성
1990년대 소년 만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아다치 미쓰루의 ‘H2’. 동아일보DB
아다치 만화에는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남녀가 커가면서 첫사랑을 느끼고, 남자 주인공은 성격도 좋고 유능하며, 주인공에게는 죽은 형제가 있다는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모두 ‘응사’와 ‘응칠’에 나오는 설정들이다.
아다치 코드1-소꿉친구 ‘응사’의 나정(오른쪽)은 스킨십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친남매처럼 지내온 쓰레기에게 사랑을 느낀다.
아다치 코드2-죽은 형제 나정에겐 먼저 세상을 뜬 오빠가 있다. 죽은 가족은 극의 아련함을 더하는 효과를 준다.
아다치의 작품에서 소재로 활용되는 야구는 ‘응사’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나정을 두고 쓰레기와 경쟁을 벌이는 칠봉(유연석)은 야구선수이며 그는 아다치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변화구보다는 직구, 정면승부를 선호한다.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는 동작은 중요한 순간이나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나정은 오빠의 기일(忌日)에, 그리고 쓰레기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평소와 달리 모자를 눌러쓰고 등장한다.
아다치 코드3-감정 절제 ‘응사’ 속 인물들은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대신에 상징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오빠의 기일에 나정은 눈물을 보이는 대신 야구 모자를 눌러쓴다.
이 밖에 ‘응답하라…’란 제목이 ‘러프’의 마지막 대사(“당신을 좋아합니다.…응답하라. 오버!”)에서 비롯됐다는 설, ‘응칠’에 자주 나오는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고백’은 아다치에 대한 제작진의 오마주(존경의 표시)라는 해석도 있다. ‘고백’은 델리스파이스 멤버인 김민규가 아다치의 대표작 ‘H2’를 모티브로 만든 노래다.
‘응사’와 ‘응칠’의 신원호 PD는 “아다치 작품을 참고한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 속 첫사랑의 감정이 아다치 작품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1990년대를 보내면서 쌓아온 정서를 드라마에 담다 보니 당시 인기를 끈 아다치 작품과 닮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