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1919년 국가상징-청년그림 많아1920∼1939년 모던걸-사회주의 이미지1940∼1945년 군인 그림에 소년병까지
1910년대 잡지 ‘청춘’ 표지에는 청년과 함께 국가를 상징하는 호랑이 그림이 실렸다.(오른쪽 사진) 1931년 잡지 ‘신여성’ 표지는 시대상을 반영해 자 유분방한 모던 걸의 이미지를 드러냈다.
1900∼1940년대 발행된 근대 잡지의 표지에 실린 이미지는 각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30일 서울 인사동 관훈클럽에서 열리는 근대서지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서유리 박사(한국근대미술사)의 논문 ‘한국 근대의 잡지 표지 이미지 연구’에 담긴 분석이다. 서 박사는 “잡지 표지 이미지는 잡지 기획자인 근대지식인의 계몽과 근대화의 욕망이 표출된 첨예한 공간이었다”고 밝혔다.
미리 입수한 발표문을 보면 1900, 1910년대에는 학회지와 협회지를 중심으로 국가와 청년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표지가 많았다. 1900년대에는 주로 ‘태극기, 한반도 지도, 오얏꽃’처럼 국가상징물이 실렸다. 1910년대 ‘청춘’ 표지에는 서양화가 고희동이 그린 ‘호랑이 청년’이 실렸다. 당시 일본에서 유행한 서양 인물상에 최남선이 한반도의 상징물로 이념화했던 호랑이 모티프를 결합한 것이었다.
그 이미지도 점차 바뀌어 1931년 ‘신여성’ 표지에는 자유분방한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모던 걸’의 모습이 많았다. 1930년대에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잡지 표지에도 제호와 글씨 외에 이미지가 많이 실리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이념을 전파하는 대중잡지 ‘별나라’ ‘신소년’의 표지에는 소련의 도서관, 학교, 피오네르(소년단) 이미지가 자주 실렸다. ‘신동아’ ‘삼천리’ ‘동광’처럼 오락과 계몽을 혼합한 시사종합잡지 표지에는 계몽의 이상적 주체로서 건설하는 남성, 등산하는 남성, 신화 속 남성이 반복해 실렸다.
1940년대 잡지 표지에는 일제가 전시에 이상적으로 여기는 국민의 이미지가 일관되게 나타났다. 가장 빈번한 것은 싸우는 국민, 즉 군인의 이미지였다. 어린이 잡지 ‘아이생활’의 표지에 경례하는 소년병의 그림이 등장할 정도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