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자문회의, 의료-교육 등 서비스산업 규제 개혁 정부에 건의
○ ‘무늬만 경제자유구역’ 규제 대수술
자문회의가 내놓은 규제개혁안은 투자 유치가 극도로 부진한 인천 송도 등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규제 완화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들 지역은 아직도 갖가지 규제로 꽁꽁 묶여 있어 ‘자유 없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지적마저 듣고 있다.
의료관광객 유치를 막는 규제들도 대거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의료법이 개정돼 국내 병원의 외국인 의사·간호사 채용 문호가 열리면 일선 병원의 외국환자 유치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의료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 진료에 참여하면 환자가 위험해진다”는 의료단체들의 반대가 거세 일단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이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문회의는 외국학교에 대한 규제들도 과감하게 풀 것을 제안했다. 경제자유구역 외국학교의 이익잉여금 본국 송금은 ‘국부 유출’ 논란이 우려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학교발전이나 시설재투자 등에 쓸 돈은 남겨 놓고 일부 이익을 본국에 송금하게 하자는 것으로 이를 감시하기 위해 외부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에 개교한 외국대학 3곳은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해 일부는 폐교 위기에 처해 있다.
○ 외국환자 1명 유치, TV 10대 수출 효과
이처럼 정부가 서비스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개혁에 착수한 것은 최근 경제성장의 둔화가 서비스산업의 부진에 기인하고 있다는 자체 진단 때문이다. 교육 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발전은 더디고 생계형 자영업자들만 늘어나면서 국내 경제에서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도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특히 정부는 서비스산업이 일반 제조업보다 고용창출효과가 큰 점에 주목하고 있다. KDI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매출이 10억 원 늘어날 때마다 일자리가 7.7명 증가하지만 삼성전자는 0.6명, 현대자동차는 0.7명 늘어나는 데 그친다. 외국환자의 1인당 평균진료비도 168만 원으로 반도체 1135개 또는 액정표시장치(LCD) TV 10대를 수출하는 효과와 맞먹는다.
이날 공개된 방안에 대해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일선 부처들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일부 내용은 이미 긍정적으로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병원에 회사채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 외국인학교의 학생 유치 실적에 따라 내국인 비율을 올려주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문병기·김희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