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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헌규]연구개발 규제의 완화와 미래부의 역할

입력 | 2013-11-29 03:00:00


이헌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국내 기업들은 내년 중점 투자할 대상으로 연구개발(R&D) 분야를 먼저 꼽고 있다. 또한 불확실한 경기 상황과 정부 규제를 연구개발 투자의 가장 큰 변수로 들고 있다.

현재 정부 내 11개 부처 및 청은 공공 R&D 사업을 위해 관할 법령과 조직 및 예산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다원화된 구조는 민간기업과 같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거나 상황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연구개발 예산의 지속적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거둘 수 있을까를 제시해 본다.

첫째, 정부 관료와 연구수행자 간 상호 이해와 신뢰의 폭을 넓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회수를 전제로 하는 투융자 사업과 달리 연구과제는 일방적인 급부 형태로 당사자 간의 계약으로 체결 이행된다. 구미 선진국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이스라엘 호주 등 대부분의 대외개방적인 국가들도 과제 선정은 매우 신중하게 하지만 과학 기술자들과의 계약은 고도의 신뢰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체결한다. 그 대신 잘못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 가혹하게 처벌하는 방식으로 연구 수행자들을 견제한다. 그렇지만 국내 연구관리 제도는 주로 집행 과정의 부정 사용이나 위법 또는 불법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료나 연구자의 재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둘째, 현재 R&D 공동관리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제정 운용하고 있으나 각 부처가 별도의 법률과 전문기관을 따로 보유하고 있어서 칸막이 행정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므로 수요자에게 편리하도록 연구과제 신청 시기의 통일, 부처별 과제 신청 서식의 표준화, 단일 창구의 운영 추진 등 연구자에 대한 행정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성공에 대한 보상은 중요하나 실패를 두려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영리법인은 성공 판정 과제에 대해 정액 또는 매출액 대비 경상 기술료를 정부에 납부해야 하고, 비영리법인은 연구에 재투자하거나 연구원에게 보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제도는 성공한 연구기관이나 연구원에게 혜택을 준다는 취지로 설계되었지만, 최근 연구과제의 성공률이 98%라는 비상식적인 수치를 등장시키고 있다. 일부 기업 또는 연구자가 실패 판정을 받지 않기 위해 정액 기술료를 미리 납부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강조하건대, 국가 R&D 사업의 성공은 결코 단일 부처의 몫이 아니다. 좋은 리더십과 좋은 팔로어십이 어우러져야 한다.

이헌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