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현재 정부 내 11개 부처 및 청은 공공 R&D 사업을 위해 관할 법령과 조직 및 예산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다원화된 구조는 민간기업과 같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거나 상황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연구개발 예산의 지속적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거둘 수 있을까를 제시해 본다.
첫째, 정부 관료와 연구수행자 간 상호 이해와 신뢰의 폭을 넓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회수를 전제로 하는 투융자 사업과 달리 연구과제는 일방적인 급부 형태로 당사자 간의 계약으로 체결 이행된다. 구미 선진국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이스라엘 호주 등 대부분의 대외개방적인 국가들도 과제 선정은 매우 신중하게 하지만 과학 기술자들과의 계약은 고도의 신뢰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체결한다. 그 대신 잘못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 가혹하게 처벌하는 방식으로 연구 수행자들을 견제한다. 그렇지만 국내 연구관리 제도는 주로 집행 과정의 부정 사용이나 위법 또는 불법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료나 연구자의 재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셋째, 성공에 대한 보상은 중요하나 실패를 두려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영리법인은 성공 판정 과제에 대해 정액 또는 매출액 대비 경상 기술료를 정부에 납부해야 하고, 비영리법인은 연구에 재투자하거나 연구원에게 보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제도는 성공한 연구기관이나 연구원에게 혜택을 준다는 취지로 설계되었지만, 최근 연구과제의 성공률이 98%라는 비상식적인 수치를 등장시키고 있다. 일부 기업 또는 연구자가 실패 판정을 받지 않기 위해 정액 기술료를 미리 납부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강조하건대, 국가 R&D 사업의 성공은 결코 단일 부처의 몫이 아니다. 좋은 리더십과 좋은 팔로어십이 어우러져야 한다.
이헌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