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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인준 한파’… 민주 강경파 ‘예산안-특검 연계’ 움직임

입력 | 2013-11-29 03:00:00

與 감사원장 임명안 단독처리에 민주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맞서




28일 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에 맞서 민주당이 향후 의사일정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2014년도 예산안 처리는 ‘시계(視界) 제로’ 상태가 됐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국회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논의하자며 새누리당에 제안한 ‘4인 협의체’가 사실상 거부된 데 이어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단독 처리되면서 민주당의 정부 여당에 대한 강경 기조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날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직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을 비난하면서 의사일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지도부를 비판하는 의원도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직자는 “지도부 사퇴하라는 말이 나올까 걱정했다”고 했다.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발언이 잇따르자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은 의총 도중 긴급 구수회의를 열어 의사일정 중단 방침을 정했다. 김 대표는 “(의사일정 중단의) 조건과 기한은 내일(29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하자”고 했다. 민주당은 강 의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포함한 요구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에서는 이달 들어 세 번이나 의사일정을 중단하는 등 지도부의 일관되지 못한 대응 방식에 불만을 품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고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전했다. 이 때문에 강경파를 중심으로 예산안과 법안 심사를 전면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예산안과 특검 문제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 강하게 제기될 수 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번 일을 예산안과 연계하면 ‘민생을 내팽개친다’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걸리기 때문에 우리만 손해라는 걸 다 알고 있다”며 “전 원내대표도 예산안 심사에 집중하라고 몇 번이나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일정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도부의 고민이다.

새누리당은 “결국 국민이 심판하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대통령을 뽑아놨으면 일을 제대로 하게 해 줘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면서 “아직 민주당이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는 만큼 주말까지는 냉각기를 가진 뒤 다음 주부터 예산안과 법안 처리 협상에 돌입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말 정도에 구체적인 중재안을 마련할 생각”이라며 “다음 주 월요일(12월 2일)에 당 최고위원회에서 여러 의견들을 듣겠다”고 했다.

한편 강창희 국회의장이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때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기는 했지만 몸싸움 한번 없이 지켜본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12일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끝낸 뒤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의원 다수는 그에게 큰 흠결이 없다는 것에 공감했다. 올해 개정된 국회법상 ‘국회 회의 방해 금지’ 조항의 영향도 컸다. 회의 진행을 물리력으로 방해하려는 사람에게 ‘국회 회의 방해죄’를 적용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엄하게 규정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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