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 서울 힐튼호텔 23층 펜트하우스에서 나이스 단장과 임창열 경제부총리 등 한국 정부 대표단이 만났다. 우리 대표단은 IMF가 구제금융 210억 달러를 지원하는 대가로 내놓은 고금리 고환율의 긴축 프로그램에 치를 떨었다. 나라 곳간에 돈이 바닥나면 어떤 굴욕을 당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한국은 IMF의 경제 식민지”라는 자탄이 쏟아졌고 나이스는 저승사자 이외에 ‘경제 총독’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등 40여 개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담당하고 있는 IMF 아태국장 자리에는 나이스(오스트리아)에 이어 호리구치 유스케(일본) 데이비드 버튼(영국) 아누프 싱(인도)이 차례로 임명됐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인으로는 처음 내년 2월부터 3년 동안 이 자리를 맡게 됐다는 소식이다.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면 한국의 달라진 국가 위상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임명에는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추천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서머스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고, 이창용 씨가 경제학 박사를 받은 하버드대 스승이기도 하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