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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철수 신당 ‘나 홀로 정당’의 실패 답습 안 하려면

입력 | 2013-11-29 03:00:00


안철수 국회의원이 어제 신당 창당을 준비하기 위한 새정치추진위원회의 출범을 선언했다. 안 의원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해 “최선을 다해 책임 있게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당의 성격과 관련해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과 평화통일 달성을 목표로 민생정치와 생활정치를 지향하고,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모두 끌어안겠다”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중간층을 끌어안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정치적으로 진영 논리가 팽배한 현실에서 합리적인 중도 정당의 출현에 기대를 걸어봄 직하다.

그러나 신당 참여 인사가 안 의원을 포함해 국회의원은 2명에 불과하고, 비중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 안 의원을 도왔던 일부 명망가들도 빠져나간 터라 과연 신당이 얼마나 공고하게 정치세력화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 의원이 ‘새 정치’를 내걸고 정치에 참여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새 정치의 실체도, 새 정치를 말하는 화법도 여전히 모호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27%로, 새누리당(38%)보다는 낮지만 민주당(12%)보다는 배 이상 높다. 그러나 지지율은 거품과 같아서 언제 빠질지 알 수 없다. 과거 제3의 정당이 성공한 사례는 지역에 기반을 둔 충청권 정당 이외에는 없었다. 기존 정당의 텃세가 심한 탓도 있지만 제3의 정당들이 정책과 노선보다는 인물 중심이었던 탓이 컸다. 우리 정치 풍토에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간을 지향한다는 것은 색깔이 분명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받기 쉽다.

정당은 창업(創業)보다 수성(守城)이 어렵다. 안철수 개인 중심이 아닌, 구성원들이 정책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정당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력을 보여줘야 성공할 수 있다. 얼마만큼 비중 있는 인물들을 끌어들이는지도 관건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신당의 성패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동안 안 의원의 처신으로 볼 때 신당이 결국은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꾀하는 등 야권 연대에 휩쓸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당의 정체성은 퇴색하고 중간층 유권자의 실망을 부를 것임이 자명하다. 신당이 성공하려면 내년 지방선거부터 독자적인 인물과 정책으로 기성 정당들과 당당히 겨루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