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계약 업무관련 뒷돈… 정보유출…감사직군 신설-외부 수혈 등 시급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채모 군의 개인정보를 불법 확인해준 혐의를 받고 있는 서초구 조이제 국장은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하는 것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가족관계등록부를 관리하는 공무원은 법에서 규정하는 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료를 제공할 경우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기능과 권한이 늘어나면서 지자체 공무원의 업무 관련 비위 적발이 이어지고 있다. 크고 작은 업무상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각종 인허가 및 계약 비리, 인사전횡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 나사 빠진 ‘슈퍼 갑’ 서울시 공무원들
최근 수원지검에서 수사한 철거업체 다원그룹 이금열 회장의 로비사건에도 서울·경기 일대 자치단체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들이 연루됐다. 재개발 철거에 따른 민원 무마 등 사업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000만 원을 수수한 서대문구청 공무원을 포함해 서울시의회 김명수 의장, 인천시의회 의원 등이 무더기 기소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서울대공원 내 3만2000m² 규모의 원숭이 교육장을 골프연습장으로 장기 임차하도록 해주는 명목으로 부동산업자로부터 4억 원 상당의 전원주택을 받은 혐의로 서울시 공무원 강모 씨를 올해 9월 구속 기소한 사례도 있다. 이 용지는 시 허가 없이는 토지 거래가 불가능한 지역이다.
공공부문의 지출, 계약, 인사 등은 특히 유사한 비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비리 취약 분야. 서울시 관계자는 “가장 유혹이 많은 곳은 도시개발 인허가 관련 분야”라고 지적했다. 경찰청이 올해 8∼11월 공무원 부정부패사범을 집중 단속한 결과를 보면, 검거된 인원 295명 중 공사·납품 등 계약수주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사례가 53명(18%), 인허가·관리감독 관련 비리 47명(16%)으로 압도적이었다.
○ “감사시스템 작동 않고, 의회는 민원 창구”
특히 서울시는 사업비 31조 원에 이르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같은 초대형 도시개발사업을 좌우할 수 있는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다. 이 때문에 개발 관련 부서의 실무계획 입안자들의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하다.
수도권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자체 내부 감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지자체 감사 기구의 장은 공모제로 외부인을 영입하더라도 감사 직원은 내부에서 충원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감사를 벌이기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감사담당 직원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일부를 외부에서 뽑거나 공무원 직군 내 감사를 전담하는 직군을 만들어 선발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논의된다. 이는 황찬현 신임 감사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