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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어 獨-佛 정부도 “이주민 복지혜택 축소”

입력 | 2013-11-29 03:00:00

2014년 1월부터 이주 제한 풀리는 불가리아-루마니아人 차단 목적
동유럽국 발끈… EU 분열 위기




영국 프랑스 독일이 동유럽 이주민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이주민의 복지를 제한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아 모처럼 하나로 통일된 유럽연합(EU)이 동서 간 마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이 최근 이주민 복지 혜택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한 데 이어 독일과 프랑스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혀 동유럽 국가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전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의 이 같은 움직임은 2007년 EU에 가입한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주민의 이주 제한이 내년 1월부터 풀리는 것을 앞두고 나왔다. 복지 혜택을 노리고 이주민이 대거 유입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이주민 복지 제한 조치는 영국에서 처음 나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7일 “내년부터 이주민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져 이주민에 대한 실업수당 등 복지 서비스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캐머런 총리는 자국민과 같은 복지 혜택을 보장받는 EU 이주민 유입을 억제하는 방안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입국 이후 첫 3개월 안에는 이주민이 실업수당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고, 직업이 없으면 주택수당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구걸이나 노숙에 나선 이주민에 대한 추방 조치도 강화했다.

캐머런 총리는 “EU 이주민이 영국 입국 즉시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으로 들어간 순이민자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간 5만 명대였지만 2010년을 전후해 20만∼25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 내 반(反)EU 여론에 따라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2017년 이전에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같은 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도 “사회보장 혜택에 대한 이주민들의 정당하지 않은 요구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프랑스 사회당 정부도 이날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유럽 국가들의 이런 움직임은 동유럽 국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루마니아 출신의 모니카 마코베이 유럽의회 의원은 “영국 등의 국가들이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저렴한 생산비용을 이유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에 공장을 세울 권한도 없다”고 비판했다. 라슬로 언도르 EU 고용담당 집행위원은 “영국 정부가 이주민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은 밝히지 않으면서 이주민에 대한 반감만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비안 레딩 EU 법무·기본권담당 집행위원은 27일 이주민 규제 정책에 대해 “유럽 통합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이주의 자유는 유럽 단일 시장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주민 제한 조치는 프랑스의 국민전선(FN)과 영국 독립당(UKIP) 등 유럽의 우익 정당들이 요구해 왔다. 국민전선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도 우파 정당인 자유당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노르웨이에서는 반이민 기치를 내건 진보당이 처음으로 연립정부에 진출하기도 했다.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 우익 정당들이 다수를 점하게 되면 EU가 표방하는 유럽 통합과 다문화 정책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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