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꼬마 장군/벤저민 파커 지음·김영숙 옮김/32쪽·1만1000원/재미마주
그림책을 고를 때는 취향, 특히 그림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접어야 합니다. 어른들은 대부분 글부터 찾아 읽게 되지요. 그래서 말이 되면 이번엔 그림을 봅니다. 이 대목이 위험한데, 어른의 입맛에 맞는 취향이 한껏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그림이 교육적이지 않다든지, 아무리 그림책이라지만 그래도 책인데 글이 하나도 없느냐는 식이거나, 그리다 만 것 같다, 혹은 너무 한 가지 색만 썼다면서 작가의 개성일 수 있는 형태와 색감에 대해서도 불평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글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에게 그림책 속 글자는 회색 덩어리로, 그림의 한 부분으로 인식합니다. 글 대신 그림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자기 나름의 서사를 구현합니다. 읽을 때마다 다르게, 함께 읽을 땐 더 확장된 이야기를 상상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림책의 그림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서사를 시각언어로 얼마나 잘 구현했는가가 관건입니다. 글은 최소화하여 꼭 필요한 만큼만 들어가야 합니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력이 있다면 과감히 글을 뺄 수도 있습니다.
‘위풍당당 꼬마 장군’은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벤저민 파커의 스타일이 분명히 드러나면서도 세련된 시각언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석판화와 콜라주를 장난스럽게 자유자재로 혼용한 것이 아이의 그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장난감으로 하는 병정놀이에서 아이들은 언제나 자신이 왕이거나 장군이기 마련입니다. 상자 속 모든 장난감이 장군의 병사들이 되지요. 그런데 장군의 야망이나 공격성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비뚤어진 권력에 대한 비판이 자연스럽게 저항으로 이어집니다. 병사들이 떠나고 혼자 남은 장군에게 도덕적인 행동을 요구하며 공동의 선을 추구하라고 충고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야망에 찬 위풍당당 꼬마 장군은 잠깐 장군 모자를 벗긴 하지만 거기서 멈출 수가 없습니다.
애써 찾은 평화를 무시하고 무언가 다시 시작하게 될 것 같군요. 불안정한 선을 따라 형태를 읽어 내는 재미와 그 속에 담긴 해학이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 주는 책입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