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물질/프랭크 클로우스 지음·강석기 옮김/288쪽·1만5000원/MiD
물질로 이뤄진 지구인이 반물질로 이뤄진 외계인을 만난다면 절대로 악수를 해서는 안 된다. 물질과 반물질이 닿으면 엄청난 에너지를 내놓으며 소멸하기 때문이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제공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원이기에 반물질은 SF소설가와 군수산업가를 매혹시킨다.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도 갈릴레이 이래 로마 가톨릭교회의 탄압을 받던 한 과학자 집단이 바티칸을 위협할 때 쓰는 무기가 반물질 폭탄이다. SF시리즈의 고전인 ‘스타트렉’의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동력도 물질과 반물질의 융합을 통해 얻는다.
물론 반물질이 완전 소멸된 것은 아니다. 우주배경복사에 그 잔재가 남아 있다. 태양에서도 반물질이 만들어진다. 태양의 중심부에서 양전자가 만들어졌다가 바로 전자와 충돌해 폭발하면서 감마선이 방출된다. 이 감마선이 10만 년에 걸쳐 태양 표면에 도달하면서 X선이 되고 다시 자외선이 됐다가 지구 표면에 닿을 때 무지갯빛이 된다.
지구상에서도 반물질을 만들어 낼 순 있다. 하지만 반물질을 인공으로 만들어 내는 데 드는 에너지의 비용은 반물질 소멸로 나오는 에너지의 가치보다 훨씬 크다. 저자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다이아몬드는 1g에 6200만 원이지만 반물질은 1g에 7경 원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수백억 원을 들여 1년 내내 겨우 1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반물질 1g을 입수하려면 수억 년에 걸쳐 100경 원의 비용을 들여야 가능하단다.
책을 읽다 보면 난해한 양자역학의 세계에도 자연스럽게 입문하게 된다. 양자역학에 적용되는 슈뢰딩거 방정식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공식(E=mc²)을 하나로 통합한 수학자 폴 디랙(1902∼1984)에 의해 반물질의 이론적 존재 가능성이 먼저 입증됐다는 극적 설명도 흥미롭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