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먹거리 X파일의 X파일]부평 베트남 여성 ‘양심 쌀국수’에 감동한 엄상현 기자

입력 | 2013-11-30 03:00:00

“조미료 원하세요?” 먼저 물어본 주인장… 신뢰만큼 맛도 일품




“겨울이 되면 사람들이 따끈한 국물을 많이 찾잖아요. 그중 하나가 쌀국수고요. 쌀로 된 면, 고기 국물에 향신료까지…. 왠지 건강식처럼 인식되는 경향도 있죠.”

‘먹거리 X파일’ 제작팀의 엄상현 기자는 주로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을 하려고 베트남 쌀국수를 먹곤 했다.

15일 방영된 ‘베트남 쌀국수, 그 실체는?’ 편을 연출한 그는 ‘쌀국수 국물이 쇠고기나 향신료의 양은 적고 주로 조미료 맛으로 완성된다’는 제보를 받았다. 취재 전망은 육수처럼 뿌옜다. 다른 팀에서 한번 부닥쳤다 여의치 않아 보류한 주제이기도 했다.

초기 취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적잖은 가게에서 고기를 넣고 장시간 우려 내는 대신 향신료 팩과 소량의 고기, MSG와 소금, 설탕을 넣고 적당히 끓여 내 국물을 만드는 것이 확인됐다.

어려운 건 ‘착한 식당’ 찾기였다. 20곳 넘는 전국의 음식점을 돌았다. “쌀국수라는 게 느끼하고 향신료 냄새가 강해서 원래도 자주 먹게 되는 음식은 아니잖아요. 면발 몇 가닥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국물 몇 모금 마시고 나오길 반복했죠.”

베트남 사람이 많이 사는 경기 안산시 다문화거리에도 해답은 없었다. “그곳의 유명한 쌀국숫집 몇 군데를 갔는데, 업주들이 한결같이 ‘베트남 본토에서도 MSG를 안 넣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귀인(貴人)’은 인천 부평구에 있었다. 30대 베트남 여성이 하는 테이블 네 개짜리 비좁은 가게였다. 첫눈엔 위생 상태가 맘에 걸렸다. 그런데…. “일단 국물 맛이 달랐어요. 그런 쌀국수 맛은 처음이었죠. 지금껏 먹었던 것들과 아예 달랐어요.”

주인은 “MSG를 안 넣고 향신료를 적게 넣는 한국식이랑, 향신료와 MSG를 모두 넣는 베트남식 중에 뭘 드실 거냐”고 먼저 물어 왔다. “음식에 정확히 어떤 게 들어가는지를 먼저 밝히고 고객에게 선택을 하도록 하는 방식 자체가 신선했죠.”

차림새도 달랐다. 숙주는 따로 나오는 대신 쌀국수 그릇 맨 밑에 깔려 있었다. “다른 집에서처럼 몇 젓가락 뜨며 맛이나 보려 했는데 몇 젓갈 뜨다 보니 한 그릇을 다 비워 버렸어요.”

그 집의 가장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업주는 먹거리 X파일이란 프로그램의 존재를 몰랐다. 한참을 설명해야 했다. “음식 만드는 분인데 저희 프로를 들어 보지도 못했다는 분이 있다니 황당하고 신선했죠.” 업주는 “외할머니가 만들던 방식을 어머니에게서 전수받은 것뿐이다. 쌀국수를 다르게 만드는 법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방송에 소개된 좋은 식당은 다음 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루게 마련인데 이 업주는 방영 전에 “본가에 일이 있다”며 베트남으로 떠나 버렸다. 방영 뒤 ‘그 집을 찾았는데 문이 닫혀 있어 허탕쳤다’는 시청자들의 항의도 받았지만 순박한 업주의 마음을 확인한 것 같아 엄 기자의 마음은 훈훈해졌다.

“그분은 그저 자신이 아는 유일한 조리법으로 만드는 거잖아요. 어머니께 배운 것. 우리 음식도 원래 그렇게 전해지고 만들어지지 않았었나요.”

※포다쌀국수: 인천 부평구 부평동 360-48, 070-7750-6668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