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에 빠진 박사 가수… 라틴문학을 건져 올리다
안테나뮤직 제공
“스위스 유학 시절 삼바나 보사노바 같은 브라질 음악을 워낙 좋아했어요.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니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하루 30, 40분씩 포르투갈어(브라질어) 문법책을 보며 2, 3년쯤 공부했죠. 부아르키는 사실 다른 브라질 뮤지션보다는 늦게 알게 됐는데, 그의 소설을 읽고는 매혹돼 버렸죠.”
모국인 브라질에서 대필 작가로 성공했지만 자신이 쓴 책이 남의 이름을 달고 주목받을 때마다 공허함과 질투심을 느끼던 주인공 조제 코스타가 부다페스트에서 헝가리말을 익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의 번역에는 무려 5년이 걸렸다. 번역에 걸린 시간이 포르투갈어 공부에 쓰인 시간에 버금가는 작업이었다.
라틴 환상문학의 전통을 계승한 작품답게 생각과 대화, 꿈과 현실이 수시로 교차되고, 인물 간 대화도 따옴표로 구별되지 않는 기술 방식 때문에 번역을 하며 여간 애를 먹은 게 아니었다. 막히는 부분은 인터넷으로 용례를 찾고, 영역본과 일역본도 짚어가며 헤쳐 나왔다.
소설에는 주인공 코스타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알아듣는 이 언어(헝가리어)가 쓰이는 낯선 도시(부다페스트)’에서 느끼는 이방인으로서의 감성이 짙게 깔려 있다. 낯설고 말도 선 스위스 유학 시절 루시드 폴이 느꼈던 감정과 통하는 부분도 많다.
“취리히에서 공부할 때 스위스 친구 초대로 그의 집에 놀러 갔었어요. 그런데 거기 모인 친구들이 저만 빼고 2, 3시간째 독일어로만 얘기하더라고요. 홀로 바보가 된 듯한 느낌? 모국어와 외국어의 문제나 외국어를 통한 소통의 한계라는 문제는 지속적인 제 관심사입니다.”
그는 독자들이 번역가보다는 이 책 자체의 매력에 주목하길 바란다고 했다. “책에 담긴 메시지보다는 전체적인 느낌과 이미지 뉘앙스가 더 매력적인 책이에요. 이 소설이 부아르키의 음악으로 통하는 계기가 돼도 좋겠네요.”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