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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플러스] ‘프런트야구’의 시대, 감독의 운명은?

입력 | 2013-11-30 07:00:00


‘전문경영’과 ‘책임경영’의 오래된 대립구조
카리스마형 감독들의 2선 후퇴로 프런트야구 강화
장기플랜에선 장점, 그러나 감독의 권위는 훼손

야구단의 권력을 감독과 프런트 중 누가 쥐느냐는 아주 오래된 화두다. 감독에게 힘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쪽은 ‘전문경영’을 신봉한다. 비유하자면 ‘아무리 병원장이 병원의 최고 권력자라도 실무는 전문가인 의사들에게 일임해야 병원이 기능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LG, KIA, 삼성에 이런 문화가 강했다. ‘프런트가 현장에 절대 간섭하지 말라’는 것은 LG 초대 구단주였던 구본무 그룹 회장, 삼성의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신필렬 전 사장의 지침이었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김인식 전 감독 등 카리스마형 리더들은 전문경영론의 살아있는 화신들이었다.

이에 대응하는 쪽이 ‘책임경영론’의 신념이다. 야구인들은 흔히 자신들을 ‘기술자’로 표현한다. 자기의 기술을 최고의 예우와 가치로 사주는 사람한테 기술을 판다는 의미다. 뒤집어서 말하면 기술자는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조건이나 예우가 맞지 않다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마디로 로열티가 떨어지거나 아예 없을 수밖에 없다. 기술자가 비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프런트가 책임지고 팀의 장기플랜을 그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SK, 넥센, 롯데, 두산 등이 책임경영의 색깔을 강화하고 있다.

● 프런트야구의 장점은?

프런트야구의 최대 장점은 팀의 장기플랜 설계가 수월하다는 데 있다. 감독은 자기 임기 내에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그렇기에 단기성적에 집착하다보면 선수 자원의 소모가 극심해지고, 육성이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프런트는 대부분 자기가 몸담은 팀에 운명을 걸어야 하기에 우승과 육성을 상황에 맞게 정책 우선순위로 둘 수 있고, 그 의도에 맞는 감독을 선임해 조율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프런트가 감독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프런트와 현장이 소통하며 팀을 운영하는 시스템을 지향하는 것이다.

또 하나 프런트야구는 감독에 힘이 집중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감독의 ‘황제경영’에서 생길 수 있는 인사권의 남용 등을 차단해 구단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야구인 출신들이 프런트 요직을 맡는 사례가 늘고 있어 전문성도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다. 통계를 해석하는 능력도 프런트의 강점이다.

● 프런트야구에서 감독의 운명은?

그러나 권력의 속성상,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되기란 아주 어렵다. 결국 프런트야구에서 현장의 코치와 선수들은 ‘힘이 감독에게 있지 않고 구단에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감독의 팀 장악력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리더의 역할이 중대한 한국적 현실에서 감독의 권위에 손상이 온다면 그 팀은 조그만 악재에도 민감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트렌드에서 감독의 계약기간은 별 의미가 없다. 장기계약을 했어도 1~2년 안에 성적을 못 내면 경질을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감독은 임기 내 전력을 쥐어짜는 방향으로 팀을 운용해 성적을 내서 힘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프런트가 지향하는 장기육성 플랜과 태생적으로 모순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프런트야구에서 감독의 운명은 위태롭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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