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레이트 인 재즈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와다 마코토 그림·김난주 옮김/356쪽·1만7500원/문학사상
쳇 베이커, 엘라 피츠제럴드,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전설적인 재즈 음악인 55명의 이야기를 뮤지션별로 서너 장씩 할애해 소개했다. 재즈의 역사나 기본 문법이 낯선 사람들에겐 음악이론서보다도 더 불친절한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스스로 경고했듯 내용은 거두절미와 인상비평으로 가득하다. 각 장 마지막에 음악인의 간단한 약력을 곁들였지만 너무 짧다. 말 그대로 저자가 늦은 밤 재즈가 담긴 LP 레코드를 틀어놓고 맥주 한 잔을 곁들여 끼적인 가벼운 일기 같은 산문 모음이다.
심심찮게 삼천포로 빠진다. 찰리 파커를 다룬 장의 마지막에 하는 ‘찰리 파커에 대해 쓴다면서 버디 리치 얘기만 늘어놓고 말았다’는 귀여운 고백은 사실이다. 패츠 월러를 소개하며 대표작으론 허브 겔러의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을 반가워하며 공감각적 허기를 채울 친구 두 명이 떠오른다. 한 명은 재즈평론가다. 책장을 넘기면서 독백으로 무라카미의 편향된 해석에 동의하거나 반대하며 그는 열띤 가상 토론을 벌일 것이다. 다른 한 명은 무라카미의 모든 작품을 무조건 수집하는 친구다. 그는 저자가 소개한 음악인과 음반들을 낱낱이 찾아보며 재즈의 바다를 향해 천천히 걸어 들어갈지도 모른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