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실수로 ‘부잣집 도련님’서 빈곤층 아들로 전락한 日 남성친동생들 유전자 감식 의뢰로 밝혀져… 법원, 병원에 “4억원 배상하라”
산부인과 병원의 실수로 60년간 자신의 진짜 가족을 몰랐던 A 씨가 병원 측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한 후 27일 기자회견장에서 “시계를 거꾸로 돌려 달라” 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그가 신분 공개를 원하지 않아 얼굴 아랫부분만 찍었다. 아사히신문 제공
60세가 된 A 씨는 2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곡절 많은 그의 인생을 소개했다.
A 씨가 2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와 A 씨 등 4인 가족은 10m² 크기의 아파트에서 힘겹게 살았다. 누울 공간도 부족하고 가전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공장에서 돈을 벌었다. 그 후 트럭 운전사가 됐고 아직까지 결혼도 하지 못했다. “살아온 환경은 꽤나 험난했다”고 A 씨는 말했다.
뒤바뀐 운명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은 B 씨의 동생 3명이 용모, 성격 등에서 자신들과 전혀 닮지 않은 큰형 B 씨를 이상히 여기면서 이뤄졌다. 이들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큰형에 대해 “출산 때 준비한 신생아 옷과 실제 입혀 있던 신생아 옷이 달랐다”는 말을 하곤 했다.
3형제는 유전자(DNA) 감식을 의뢰했다. 2009년 놀랍게도 큰형은 나머지 3명의 형제와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게 판명됐다. 그 후 3형제는 산이쿠카이 병원의 기록을 뒤져 2011년 말 A 씨를 찾아냈다. 지난해 1월 유전자 감식 결과 친형제임이 판명됐다. 그는 올해 6월 호적을 옮기고 성도 원래대로 되돌렸다.
A 씨는 27일 “기구한 사연을 알았을 때 무척 착잡했다”고 말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미 친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 그는 “진짜 부모님이 살아계시지 않으니 (60년 인생) 어떤 것도 보상되지 않는다. 친부모님 사진을 볼 때마다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자신의 운명을 뒤바꿔놓은 산이쿠카이 병원에 대해 분을 삼키지 못했다. A 씨와 친동생들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억5000만 엔(약 25억8700만 원)을 요구했다. 도쿄지방법원은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고 3800만 엔을 배상하라고 26일 판결했다. 3200만 엔은 A 씨에게, 나머지는 3명의 친동생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병원 측의 항소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사연은 올해 가을 일본에서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 ‘(온갖 사연을 겪은 후) 그리고 아빠가 된다’의 소재가 됐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