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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中 방공식별구역 선포, 일방적 대국주의를 우려한다

입력 | 2013-11-30 03:00:00


그제 서울에서 열린 국방차관급 전략대화에서 중국은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ADIZ) 문제를 시정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중국이 선포한 구역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과 일부 겹치는 데다 우리가 실효적으로 관할하는 이어도까지 포함하고 있다. 언필칭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한국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한 중국 대표의 태도에서는 오만을 넘어 무례함이 느껴진다.

중국의 속내는 어차피 이번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영토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일본을 겨냥한 것이니 한국은 비켜 서 있으라는 의미로 보인다.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국력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의 패권국인 미국의 현상유지(status quo) 정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인데 왜 한국이 끼어드느냐는 불만일 수도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주권이 제약될 수도 있는 상황을 쳐다만 보고 있을 나라는 없다. 한중 전략대화 직후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이어도 남단의 비행정보구역까지 확대키로 한 것은 당연하다. 중국이 이 문제의 협의마저 거부한다면 한국으로서도 대내외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이 자국의 힘을 과시하는 방식은 주변국의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1990년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나 2000년대 초 후진타오의 화평굴기(和平굴起·평화롭게 우뚝 선다)와 같은 신중함이나 세련됨이 없다. 급격히 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운 우격다짐처럼 보인다. 진정한 대국의 힘은 주변국의 신뢰와 존중을 받는 ‘소프트파워’와 결합할 때 발휘된다. 요즘 중국은 이런 흐름과 거리가 멀다.

중국은 이제 더이상 동북아 지역의 폐쇄국가가 아니다.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할 책임 있는 대국이다. 방공식별구역 선포 문제로 동북아 지역을 긴장의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신냉전을 야기하는 행위는 중국이 그토록 중시한다는 ‘핵심국익’에도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한중이 합의한 ‘심신지려(心信之旅·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의 정신은 요즘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