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제가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신에게 물었다.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왜 여자보다 남자를 먼저 만드셨나요?”
신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느냐? 내가 여자를 먼저 만들었다고 생각해 봐라. 남자를 만들 때 얼마나 간섭을 많이 받았겠느냐? 여기는 크게, 저기는 작게 해달라면서 온갖 참견을 했을 텐데 내 마음대로 너희 남자를 만들 수 있었겠느냐?”
우스갯소리지만 예리하다. 여성의 간섭 본능은 이처럼 신도 감당하기 어려웠나 보다.
그러나 여성은 일이 진행되는 내내 참견을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가까운 이의 문제에 자신이 관여해야 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결과적으로는 효과가 없을지라도, 수시로 지적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자 보람이다.
남성은 나(또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 타인(혹은 경쟁자)을 희생시키면서 다른 이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반면에 여성은 상대를 우선해 생각하고 위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든다.
시시콜콜 참견하고 보살피려는 여성의 특성은, 자신의 마음 씀에 대한 대가를 마땅히 돌려받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그들이 ‘감정적 채권자’ 행세를 하는 까닭이다.
보살피는 마음은 타인에게 그것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 즉,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반대로 남의 호의를 받았다면 그에게 갚아야 하는 의무 즉, 채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에도 채권과 채무 관계는 분명히 존재하며 여성은 거의가 채권자 의식을 가지고 있다.
늘 먼저 헤아리고 세심한 신경을 써주므로, 상대로부터 돌려받을 고마움이 있다는 채권자로서의 자세가 그들의 잠재의식에 자리 잡고 있다. 때로는 상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그들 특유의 믿음 혹은 착각도 이 같은 채권자 의식에서 비롯된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