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2명이 주민 숙원 사업 예산으로 지역 유지의 개인 이익을 챙겨 줬다. 공무원들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예산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연 어떤 처벌을 받을까?
전남 보성군 A마을은 10여 년 전부터 진입로 문제로 근심이 컸다. 이 마을에는 53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하지만 마을 진입로 500m 구간 좌우 경사가 달라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고 진입로 곳곳이 패어 다니기도 힘들었다. 노인들은 경사가 심해 중심을 잃고 넘어질 경우 2∼3m 아래 절개지로 추락할 위험마저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2012년 4월경 보성군이 전남도로부터 진입로 보수 예산 7000만 원을 받아 공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군이 숙원 사업인 진입로 정비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을 고마워했다.
전남 보성경찰서는 지난해 12월경 B 씨 등이 예산을 목적대로 쓰지 않았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B 씨가 전남도에 마을 진입로 500m 보수와 경사가 심한 곳 난간 설치, 배수로 공사를 한다며 예산 7000만 원을 요청한 것을 확인했다.
B 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개인적으로 공금을 챙긴 것은 없다. 절차상 실수는 있었지만 횡령(범죄)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B 씨 등이 예산을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고 다른 용도로 쓸 경우 도지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례를 어긴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올 2월경 B 씨 등 공무원 2명에 대해 업무상 횡령혐의 기소 의견으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은 B 씨 등 공무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회부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4단독 이대로 판사는 B 씨 등 공무원 2명의 업무상 횡령 혐의를 인정해 각각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B 씨 등이 주민들의 오래된 민원 해결을 위한 예산(보조금)을 전직 도의원 개인 사업장 정비에 유용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 씨 등이 2012년 2월경 마을 진입로 500m 구간 정비 사업으로 전남도에 예산을 신청해 교부받은 뒤 전직 도의원의 부탁을 받고 마을 진입로 정비 대신 상하수도 공사를 해 전직 도의원의 개인 이익을 챙겨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상수도 관로 630m, 물탱크(용량 15t), 배수로 54m를 설치하는 상하수도 공사에는 예산이 6600만 원이나 사용됐다. 공문서에는 ‘마을 진입로 정비 공사’로 기재하고 변경 승인도 받지 않았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