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추가시간 김원일 결승골… 비겨도 우승하는 울산 꺾고 6년만에 환호
“우리가 이겼다” 프로축구 포항 선수들이 1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3 K리그 클래식 시즌 마지막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자 일제히 그라운드 중앙을 향해 질주하며 환호하고 있다. 반면 다잡았던 우승 트로피를 놓친 울산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던 포항은 끝까지 울산을 몰아붙인 끝에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뽑았다. 울산=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프로축구 포항과 울산의 K리그 최종전이 열린 1일 울산 문수경기장. 전광판 시계는 90분을 가리키며 멈춰 있었다. 주어진 추가 시간은 4분. 승점 73인 울산은 포항(승점 71)에 승점 2가 앞서 있었다.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포항의 프리킥 기회에서 양 팀 선수들이 울산의 골문 앞에 몰리며 혼전 상황이 펼쳐졌다. 몇 차례 양 팀 선수들의 발과 머리를 오간 공은 포항 김원일의 슈팅으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울산 관중석은 정적에 휩싸였다. 울산 선수들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망연자실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다. 반면에 포항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나와 서로 얼싸안았다.
포항의 더블 달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황 감독의 지도력을 첫 번째 원동력으로 내세웠다. 황 감독은 2010년 포항 지휘봉을 잡은 뒤 2011년과 지난해 포항을 리그 3위에 올려놨다. 2012년에는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통틀어 첫 리그 우승을 경험한 황 감독은 경기 뒤 얼떨떨한 표정으로 “믿기지 않는 일이 생긴 것 같다.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우승으로 황 감독은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예고했다. 2003년 현역 은퇴 뒤 전남에서 코치로 활동했던 황 감독은 2007년 부산에서 첫 감독 생활을 했다. 팀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고 재계약에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황 감독은 당시를 회고하며 “힘든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나를 뒤돌아보고 단점을 보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감독의 내년 시즌 목표는 아시아 정상 등극이다. 황 감독은 “앞으로 주위에서 더 높은 수준의 축구를 나에게 원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눈높이를 맞추고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과의 최종전에서 골을 넣은 데얀(서울·19골)은 김신욱(울산)과 총 득점은 같지만 출전 경기 수(데얀 29경기·김신욱 36경기)가 적어 K리그 최초로 세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서울은 전북과 1-1로 비겼다.
울산=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