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의 성과를 놓고서는 양론(兩論)이 있을 수 있다. 주요 현안에서 진전이 없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고,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한일 경색을 풀기 위해서는 의원연맹이 지핀 대화의 작은 불씨를 살려 양국의 화해와 협력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에는 총회조차 열지 못했던 양국 의원들은 사전 협의 아래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이지만 섣불리 다뤘다가는 문제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대신에 현 상황이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인식 속에 “역사를 직시(直視)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일본이 식민 지배에 대해 공식 사과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비롯해 역대 정권이 밝힌 사과 입장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을 촉구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이번 모임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어느 때보다 한일 협력이 중요하다”며 “나 자신도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여러 수준의 대화를 통한 협력 관계가 깊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성의 표시는 했다. 하지만 보다 진정성 있게 한일 정상회담을 제의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국회 차원에서 아무리 길을 닦아놔도 결국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아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중국의 급격한 대두와 힘의 과시로 동북아시아의 정세는 몹시 불안정하다. 미국과 동맹 관계인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반목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에 대해 “큰일 하려면 이웃과의 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충고한 것은 적절하다. 한일 관계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양국 정부의 구체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